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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기사/경향신문 사설

[사설] 위기의 아프간 난민, 국제사회의 수용 협조 절실하다(210823)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지 22일로 일주일이 지났지만 수도 카불공항은 국외로 탈출하려는 아프간인으로 아수라장이다. 미국과 탈레반이 암묵적으로 합의한 ‘이달 말’ 탈출 시한이 다가오면서 아프간인들의 필사의 탈출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체류 시 탈레반의 탄압에 직면할 아프간인의 탈출과 이들의 수용이 국제사회 현안으로 떠올랐다.

미국은 아프간 탈출 대상자를 미국인 1만5000명을 포함해 6만5000~7만5000명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이 미국 등 서방 협력자와 그 가족이다. 지난 일주일간 카불공항을 떠난 사람은 1만7000명에 불과했다. 이런 속도라면 이달 말 시한까지 난민 전부를 탈출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욱이 여기에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성장한 젊은층이 대거 빠져 있다. 탈레반 통치가 시작되면 이들의 대거 희생이 우려된다.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은 카불공항이 탈레반 손에 넘어가기 전 미국의 철수 작전이 원활하게 진행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탈레반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미국은 철수 시한 연장 등 아프간인들의 안전한 해외 탈출 방안을 탈레반과 협의해야 한다.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는 난민들을 어디로 수용하느냐는 것이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올 들어 아프간 국내에서 발생한 난민은 40만명이다. 이들 난민을 수용할 일차적 책임은 전쟁을 일으킨 미국 등 연합국에 있다. 그런데 각국의 아프간 난민 수용 계획을 보면 수용할 난민 숫자는 턱없이 적다. 영국·캐나다 각 2만명, 미국·독일 각 1만명, 호주 3000명 등이다. 더욱이 이들 국가들은 난민 수용을 아프간 인접국인 이란과 파키스탄, 터키 등에 떠넘기려는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대규모 난민 위기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국제사회는 2015년 시리아 사태로 난민 위기를 맞은 바 있다. 국제사회는 적극적인 난민 수용으로 제2의 난민 위기를 막아야 한다.

 

미국이 아프간 난민 수용을 위해 한국 등 해외에 있는 미군기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행 비자 심사 대기 기간 동안 일시적으로 수용한다는 계획으로 보이지만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한국은 2001년 이후 아프간에 의료지원단과 공병지원단 등을 파견한 바 있다. 한국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아프간 난민 수용에 책임있게 행동해야 한다. 아프간 난민 수용을 위한 역할 모색 등 다각도로 난민 대책을 세워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