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 정부를 도운 현지인과 가족 378명이 26일 마침내 한국 땅을 밟았다. 탈레반의 아프간 재장악 후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이들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탈출시킨 결과이다. 정부는 이들에게 일단 난민이 아닌 ‘특별기여자’ 자격을 부여해 단기방문(C-3) 비자로 입국시켰다. 향후 장기체류가 가능한 방문동거(F-1) 비자와 취업이 자유로운 거주(F-2) 비자를 발급해 이들의 국내 생활을 도울 예정이다. 이 땅에 안착한 아프간인들을 환영한다.
법무부는 이날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날 입국한 아프간인들에게 난민에 준하는 장기체류 자격과 취업 자격을 부여할 법적 근거를 신속하게 마련하기 위함이다. 이들을 특별기여자로 규정한 만큼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들이 받게 될 F-2 비자는 최대 5년간 체류할 수 있어 제한 없이 취업이나 학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들을 데려오는 것으로 일이 끝나지 않는다. 이들이 한국에서 제대로 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정부는 생계비나 생활정착지원금, 교육 등에서 난민 인정자보다 더 많은 배려를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 입국자 중 5세 미만 아이들이 전체의 4분의 1이 넘는다고 한다. 10세 이하가 절반에 이른다. 이들을 돕기 위한 더욱 각별한 배려가 필요하다. 코로나19 방역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확진자를 제외한 이들은 충북 진천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14일간 자가격리 기간을 포함해 6~8주가량 머물게 된다. 아프간인들은 입국 시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았지만, 추가 검사를 통해 감염에 노출되지 않게 유의해야 한다. 국내 확진자 1000명대가 50일 넘게 이어지고, 거리 두기가 4단계인 만큼 방심해서는 안 된다. 진천 주민들이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분쟁 지역의 외국인을 대규모로 국내에 데려온 것은 처음이다. 시민들이 이들의 입국 과정에서 보여준 성숙한 대응도 의미 있는 경험이다. 하지만 한국인의 난민 수용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낮다. 주요 20개국(G20) 중 끝에서 두 번째로 낮은 난민 인정률을 보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일부 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보면 과연 선진국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이번 일이 난민 수용에 대한 내부의 인식이 바뀌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정부가 적극 수용 분위기를 이끌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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