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공항 인근에서 지난 26일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해 미군 13명을 포함해 약 200명이 사망했다. 탈레반 폭정을 피하기 위한 아프간인들의 필사의 탈출 현장에서 일어난 일이라 안타깝기 그지없다. 민간인과 이들을 도와주는 미군을 겨냥한 테러는 어떤 명분으로도 용서받지 못할 비열한 행위다. 비인도적인 만행을 저지른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강력히 규탄한다.
테러 배후로는 IS의 아프간 지부인 호라산(IS-K)이 지목되고 있다. IS는 전 세계 비무슬림을 대상으로 한 성전을 기치로 내건 테러조직이다. 2010년대 중반 이라크·시리아에서의 참수 동영상 공개 등으로 악명이 높다. IS-K는 그중에서도 과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은 올해 1~4월에 IS-K가 77건의 테러를 감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배 많은 것이다. 탈레반과는 동맹관계였지만 탈레반이 미국과 아프간의 평화협상을 중재했다는 등의 이유로 2017년부터 불구대천의 원수가 됐다. 미국과 탈레반 모두 공격 대상으로 삼는 이유다. 탈레반의 아프간 재장악 후 ‘탈레반과의 전쟁’을 선포했는데, 이번 테러가 그 신호탄이 될까 우려된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24일 “IS-K가 미국인과 무고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공항에서 테러 공격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주아프간 미 대사관은 잠재적 보안 위협을 이유로 공항으로의 이동 자제를 요청한 바 있다. 미국이 사전에 IS-K의 테러 공격 가능성을 감지했음에도 막지 못한 것이다. IS-K의 추가 테러 공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탈레반의 협조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탈레반이 이번 테러로 최소 28명이 숨졌다며 오히려 이달 말 철수시한 연장 불가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IS-K의 재부상으로 아프간 상황은 악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탈레반이나 미국 모두 부담스러운 일이다. 새 국가 건설에 매진해야 할 탈레반은 IS-K와의 전쟁까지 치러야 한다. 이미 아프간 철군 결정으로 곤경에 빠진 바이든은 IS에 대한 ‘보복 공격’을 천명했다. 향후 탈레반과의 관계 악화는 말할 것 없고 또다시 전쟁에 휘말릴 수도 있다. IS-K는 더 이상 비인도적인 테러 공격을 해서는 안 된다. 고립을 자초할 뿐이다. 탈레반도 최소한 미국의 대피 작전이 끝날 때까지 치안 유지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이무기가 쓴 기사 > 경향신문 사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설] 위원장 구속에 민주노총 총파업 선언, 노·정 관계 파탄 안 된다(210903) (0) | 2021.09.02 |
---|---|
[사설] ‘처참한 실패’ 미국의 20년 아프간전쟁이 남긴 교훈(210901) (0) | 2021.08.31 |
[사설] 아프간 '특별기여자' 수용, 난민 인식 전환점 되길(210827) (0) | 2021.08.26 |
[사설] 위기의 아프간 난민, 국제사회의 수용 협조 절실하다(210823) (0) | 2021.08.22 |
[사설] 탈레반의 여성 인권 보호 약속, 국제사회가 주시한다(210819) (0) | 2021.08.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