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이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 선거에 출사표를 냈다. 한국인이 ILO 사무총장 선거에 뛰어든 것은 처음이다. 정부는 강 전 장관이 당선되면 노동 선진국으로서의 위상을 다질 수 있다며 범부처 차원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강 전 장관이 노동 분야에서 일한 경험이 전무하다며 ILO 사무총장 도전에 반대했다.
정부는 지난 1일 강 전 장관의 입후보를 밝히면서 그의 경력이나 유엔에서의 경험으로 볼 때 국제기구 수장 자격으로는 손색이 없다고 했다. 인정한다. 그러나 강 전 장관은 노동 분야에서 일한 경력이 전무하다. ILO가 국제 노동 기준을 제시하고 각국의 노동 현안을 논의하는 유엔 산하 전문기구라는 점에서 보면 치명적인 단점이다. 차기 ILO 사무총장은 ‘포스트 코로나’ 이후 급변할 노동 환경 등을 다뤄야 하는데, 노동 문외한인 강 전 장관이 풀어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역대 ILO 수장을 보면 비전문가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아무리 리더십이나 추진력, 판단력 등이 중요한 자질이라 하더라도 전문성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그동안 ILO 수장에 아시아 출신도, 여성도 없었다는 점은 다른 후보에 비해 차별성이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것이 선거에 유리하다고 볼 근거는 없다.
한국은 국제노총(ITUC)이 매년 발표하는 글로벌 노동권 지수(GRI)에서 7년 연속 최하위인 5등급을 받았다.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노동 후진국임을 보여주는 부끄러운 지표다. 현 정부는 노동존중사회를 약속했지만 지난 4년반 동안 이를 얼마나 충실히 이행했는지 의문이다. 지난해 노조법을 개정했지만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의 단체교섭권은 여전히 보장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올해 4월 ILO 핵심협약 3개 추가 비준과 문재인 대통령의 ILO 총회 기조연설 등을 통해 노동 선진국으로서 위상이 높아졌다고 강조했지만 썩 동의되지 않는다. 더구나 ILO가 ‘필수적 시민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극도로 중대한 상황에 한정돼야 한다’고 했음에도 민주노총 위원장을 시위 주도 혐의로 구속까지 했다.
정부는 강 전 장관이 당선되면 한국의 ‘노동 선진국’ 위상도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노동 강국은 그렇게 달성되는 게 아니다. 노동자의 권익 보장을 위해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등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먼저다. 정부가 강 전 장관의 ILO 사무총장 선거 지원에 앞서 새겨야 할 일이다. 오죽하면 국내 최대 노동단체가 3일 “강 전 장관의 경험과 비전은 ILO 사무총장 직책과 한참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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