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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기사/경향신문 사설

[사설] 대선 후보가 약속한 타임오프제조차 통과 못 시키는 여야(211227)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16일과 21일, 22일 세 차례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를 열고 공무원·교원 노동조합 타임오프제(근로시간면제제도) 법안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타임오프제는 공무원·교원 노조의 전임자에게 노사교섭이나 산업안전, 조합원 고충처리 등 노무관리 성격이 있는 업무를 근무시간으로 인정해 급여를 지급하는 제도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물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까지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법안이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기대한 바와 딴판이다. 

타임오프제는 노동개혁법안 중에서도 가장 쉽게 풀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런데 이 제도 도입에 따른 비용 추계를 둘러싼 여야 간 이견 때문에 법 통과가 지지부진하고 있다. 타임오프제를 도입하면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 대상자를 몇 명으로 하고, 몇 시간을 인정하고, 얼마의 비용을 지불할지 등이 관건이다. 법을 우선 통과시킨 뒤 별도 위원회를 통해 정하자는 민주당과 법 개정 전에 정하자는 국민의힘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충실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대선 후보들까지 찬성한 법안을 비용을 이유로 질질 끄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국민의힘은 표를 의식해 이 법안에 반대하는 기업의 편에 서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타임오프제 도입은 노동개혁법안 처리에 대한 여야의 진정성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이런 정도의 법안에서조차 논의가 지지부진하다면 향후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법안(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나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들어가 회사 경영에 참여하는 노동이사제는 민주당이 올해 정기국회 안에 도입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윤 후보가 지난 15일 긍정적 입장을 밝히면서 다시 논의의 물꼬를 텄지만 경영계의 반대에 부딪혀 있다.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에 가장 중요한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문제도 지난 16일 환노위에서 처음 논의가 시작됐다. 하나같이 서둘러 논의를 진척시켜나가야 할 사안이다.

환노위는 28일 네 번째 소위를 열고 타임오프제 법안을 논의한다. 여야는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이어서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법안과 근로기준법 개정 논의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약속한 제도 개선도 못하면서 무슨 염치로 노동자에게 표를 달라고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