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니가타현의 사도(佐渡) 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천 후보로 지난 28일 선정했다. 일본의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에 대한 문화유산 등재 시도는 2015년 하시마(端島·일명 군함도)에 이어 두 번째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군함도 등재 때 강제동원 역사를 알리겠다고 한 약속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 이번 추진이 국제규범에 대한 도전이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사도 광산은 태평양전쟁 당시 조선인 강제노역의 현장이었다.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2019년에 발간한 자료에는 전시 기간 중 최대 1200여명의 조선인을 강제 동원한 사실이 기록돼 있다. 이 광산에서 강제노역한 조선인이 1140명에 달하며, 이들이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이런 사실을 입증하는 일본 공문서도 최근 공개됐다. 그런데도 니가타현과 사도시는 그 대상 기간을 에도시대로 한정하는 편법을 쓰면서 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함도를 문화유산으로 등재할 때 일제강점기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과 판박이다. 조선인을 강제동원했다는 사실을 숨기는 명백한 역사 왜곡이다.
일본은 군함도 문화유산 추진 당시 역사 왜곡 논란을 빚자 조선인 강제노역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정보센터를 설립하기로 약속했으나 지키지 않았다. 이 때문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지난 7월 유감을 표시하고 충실한 이행을 촉구했다. 그런 일본 정부가 또다시 사도 광산의 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유네스코와의 약속이 한국 등 국제사회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속임수였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사도 광산은 그동안 4차례 후보 선정을 시도했지만 매번 탈락했다. 아무리 문화유산 등재가 급해도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어기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 일본 정부는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임을 자부한다면 사도 광산 문화유산 등재 추진 작업을 당장 멈춰야 한다.
정부는 28일 일본문화원장을 불러 항의한 데 이어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나서 사도 광산 문화유산 추진에 깊은 유감을 표했다. 일본에 항의하는 것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일본의 홍보전에 대비해 일제강점기 강제노역의 실태와 사도 광산 문화유산 등재의 부당성을 국제사회에 적극 알려야 한다. 유네스코도 일본의 약속 이행 전에는 사도 광산 문화유산 등재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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