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무기가 쓴 기사/경향신문

이스라엘, 가자 봉쇄 진짜 이유는?

가자지구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소녀가 9일 가자지구와 이집트 국경에 있는 라파 검문소에서 이집트로 가기 위해 마냥 기다리고 있다. 가자지구/AP연합뉴스


   이스라엘은 2007년 6월부터 가자지구에 대한 봉쇄 조치를 취했다. 말하자면 이스라엘에서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물품에 대해 선별하거나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당국은 그동안 그 이유에 대해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무장정파 하마스 손에 무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이는 핑계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보는 핑계고 본심은 하마스에 대한 경제전쟁 차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쉽게 말하면 가자지구에 대한 경제 봉쇄를 통해 하마스를 목숨줄을 죄려는 의도였던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미국 일간 매크래치 인터넷판(http://www.mcclatchydc.com/2010/06/09/95621/israeli-document-gaza-blockade.html)은 9일 보도에서 드러났다. 신문은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권익옹호단체 ‘기샤(자유운동을 위한 법률센터)’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인용해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 봉쇄를 하마스에 대한 경제 전쟁을 위한 권력 행사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기샤는 앞서 이스라엘 정부를 상대로 가자지구 봉쇄에 관한 정보공개청구소송을 냈으며, 올해 초 승소해 관련 자료를 받아냈다. 이스라엘 정부는 기샤 소송에 대한 답변서에서 “어떤 나라든 갈등을 겪고 있거나 경제 전쟁을 원하는 집단에 경제협력을 하지 않거나 경제지원을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봉쇄 목적을 하마스에 유입되는 무기 차단을 위해서라고 한 이스라엘의 주장이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난 셈이다. 기샤의 책임자 사리 바시는 “정부 답변서는 이스라엘의 가자 봉쇄조치는 무기 반입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지지구 내 팔레스탄인에 대한 집단 처벌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샤와 유엔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2006년 1월 가자지구 총선에서 압승하자 가자지구 내 반입 허용 물량을 급격히 줄였다. 하마스 집권 전까지 가자지구에 반입되는 생필품은 한 달 평균 트럭 1만400대 분량이었다. 1년여 뒤 2007년 6월 봉쇄 실시 이후 반입량은 4분의 1 수준인 트럭 2500대 분량으로 줄었다. 반입 품목도 봉쇄 이전 4000개에서 봉쇄 이후 100분의 1 수준인 40개로 급감했다. 시멘트와 철근은 벙커나 다른 군사시설로 전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반입이 금지됐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지난달 31일 가자 구호선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으로 국제사회로부터 비판을 받자 이날 가자지구내 반입 품목을 확대하는 조치를 취했다. 탄산음료, 주스, 잼, 향신료, 면도용 크림, 포테이토칩, 쿠키, 사탕의 반입을 허용한 것이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마무드 압바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방문에 발맞춰 팔레스타인에 대한 4억달러 추가 원조안을 발표했다. 이날 백악관에서 압바스 수반을 만난 오바마 대통령은 “가자 상황은 지속불가능하다”면서 무기를 제외한 생필품과 경제발전에 필요한 물품의 반입 허용을 이스라엘 정부에 요구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