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의 명절 선물에는 저마다 특색이 있을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성격과 국정철학, 시대상황 등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은 명절 선물로 인삼을, 김영삼 전 대통령은 멸치,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을 주로 보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10번의 명절 선물 중 9번을 각 지역의 전통주로 선정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역 특산물을 선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통주와 각 지역 특산물 위주로 보낸다.
대통령의 선물은 내용 못지않게 받는 사람을 고려한다. 이명박 청와대는 2008년 추석 선물을 황태, 대추, 재래김, 멸치 등 전국 특산물로 계획했다. 그런데 불교계 선물만은 다기세트로 교체했다. 불교가 살생을 금하는 것을 배려했다. 당대표 시절부터 육포를 명절 선물로 즐겨 보냈던 박근혜도 불교계에는 육포 대신 호두를 보냈다. 그렇게 배려해도 문제가 생기기 일쑤다. 노무현은 2006년 추석 선물로 전국 9곳의 특산 차와 다기세트를 보냈다. 문제는 받은 이들 중 그해 여름 집중호우 피해자가 포함된 것이다. “차를 마실 여유가 있겠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아이보시 고이치(相星孝一) 주한 일본대사가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설 선물을 돌려보냈다. 선물 상자 그림이 독도를 연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보통 대통령의 선물 상자에는 봉황 두 마리와 무궁화 한 송이, 대통령 내외 이름과 함께 무늬가 곁들여진다. 지난해 설에는 십장생도를, 추석엔 일월오봉도를 썼는데 이번엔 독도 그림을 쓴 것이다. 올해는 코로나19를 극복하는 원년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담아 가장 먼저 해가 뜨는 독도를 배경으로 일출 장면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청와대가 일본대사에게 왜 그런 선물을 보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외교사절을 포함해 각계각층 인사들에게 같은 선물을 보냈으니 따로 살피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강화에 대한 대응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이든 이번 선물은 적절치 않다. 우리가 실효적으로 독도를 지배하는 상황에서 정면 대응할 사안이지 선물 상자에 의사를 담아 전할 일은 아니다. 더구나 선물은 기쁘게 주고받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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