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을 요구하며 파업 중인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 노동자 200여명이 지난 10일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건물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회사 측은 노조의 점거를 불법행위로 보고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46일째를 맞은 파업이 파국으로 치닫는 현실이 안타깝다.
CJ대한통운 노조는 회사 측이 택배요금 인상분을 노동환경 개선에 사용하기로 한 사회적 합의를 어겼다는 등의 이유로 지난해 말 파업에 돌입했다.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는 지난해 두 차례 논의 끝에 택배 분류 인력을 투입하고 이를 위해 택배료 170원을 인상하기로 했다. 그러나 노조는 회사 측이 택배비 인상분 절반을 이윤으로 챙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회사 측은 일부 택배 노동자들이 분류작업을 하고 있지만, 60시간 미만 노동시간과 수당 지급 등 합의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국토교통부가 합의 이행을 검증하기 위해 지난달 점검에 나서 분류 인력 투입 등 합의가 양호하게 이행되고 있다는 결과를 내놨는데 노조 측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택배비 인상분 배분에 대한 점검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사 양측의 대립 속에 당국의 개입마저 도움이 안 된 것이다.
더욱 답답한 것은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노조 측의 대화 요구에 사측이 불응하고 있어서다. 사측은 택배노조가 출범한 지 5년이 지났지만 한 번도 교섭 상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심지어 중앙노동위원회가 지난해 6월 CJ대한통운에 원청 사용자로서 노조와 교섭하라고 판정했지만 회사 측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사측은 지난해 8월 노조원들의 압박에 못 이긴 대리점주가 목숨을 끊는 사건으로 택배기사와 대리점주 간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았을 때도 수수방관했다. 불신의 골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시민들은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를 위해 택배비 인상을 감내했다. 그런데도 노사 간의 대립과 그로 인한 노조의 장기 파업으로 피해를 입는다면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시민들은 이번 갈등이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하고 있다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노사 모두 사회적 합의 정신을 되새기며 해결책 모색을 위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 회사 측의 태도 변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당국도 적극 중재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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