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5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전날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해 발사 전 과정을 지도했다며 “용감히 쏘라”는 친필명령서까지 하달했다고 전했다. ICBM 발사가 김 위원장의 의지라고 대놓고 밝힌 것이다. 북·미, 남북 관계가 당분간 강대강 대결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이 이날 “미 제국주의와의 장기적 대결을 철저히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한 발언은 향후 북한이 갈 길을 시사한다. 북한의 ICBM 발사가 장기적으로는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는 것일 수 있지만, 당장은 협상 재개보다는 강경 대결로 몰아갈 것임을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우선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에서 밝힌 시간표대로 전략무기 개발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내달 김일성 110회 생일(4월15일)이나 인민군 창건 90주년(4월25일) 등 행사에 맞춰 북한이 추가 ICBM이나 정찰위성,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발사할 수 있다. 7차 핵실험도 우려된다. 미국의 위성 관측에 따르면 2018년 모라토리엄(핵·미사일 실험 유예) 선언 후 파괴한 풍계리 핵 실험장을 복구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고 한다.
북의 ICBM 발사 후 국제사회가 비판과 함께 대응에 나섰다. 유엔은 25일 오후 3시(현지시간) 북한 및 비확산 문제를 다루기 위한 안보리 공개 회의를 개최한다.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회의다. 한·미, 한·일 외교장관과 한·미 국방장관은 각각 연쇄 전화 접촉에서 상황을 공유하고 북한의 모라토리엄 파기를 규탄했다. 곧이어 미국이 독자 제재를 강화하고, 한·미 연합훈련도 강화된 형태로 진행될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긴장이 급속도로 높아질 수 있다. 한·미의 현 상황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북한이 4년 만에 모라토리엄을 폐기했지만 상황이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미국 등 국제사회와 함께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시급하다. 윤석열 당선인은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로 한반도 정세 안정 관리 방안을 협의했다. 윤 당선인은 “북한의 심각한 도발로 한반도 및 역내 긴장이 급격히 고조돼 국민적 우려가 크다”고 했는데, 중국을 통해 북한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윤 당선인은 선거 때 대북 선제 타격 등을 언급했다. 당선인 신분이 된 만큼 냉정하게 현 상황을 직시하면서 문재인 정부와 함께 대북 대응 태세와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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