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년 전 폭파한 함북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복구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한·미 군 및 정보당국은 현 복구 속도라면 한 달 안에 실험이 가능한 상태가 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하면 한반도 긴장은 한꺼번에 최고 수위로 고조된다. 전쟁이 곧 일어날 것 같은 일촉즉발 위기로 치달았던 5년 전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
한·미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중 입구가 폭파된 3번 갱도의 옆구리를 뚫어 새 통로를 내는 공사를 하고 있다. 이 갱도는 북한이 2018년 5월 핵실험 중단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외신기자들을 초청해 폭파했던 3개 갱도 가운데 하나다. 갱도 공사가 끝나면 북한은 7차 핵실험을 위한 모든 조건을 갖추게 된다. 올 들어 빨라지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 주기를 고려하면 7차 핵실험 시간표가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 김일성 탄생 110주년과 인민군 창건 90주년 등이 있는 다음달이 1차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에서 핵무기 소형·경량화, 전술무기화를 강조하면서 전술핵무기 개발과 초대형 핵탄두 생산 등을 주요 과업으로 제시했다. 그 후 북한은 지속적으로 과업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올해에만 12차례나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 개발과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는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김 위원장은 지난 24일 ICBM 발사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면서 “우리는 강해져야 한다”며 “누구도 멈춰 세울 수 없는 가공할 공격력, 압도적인 군사력을 갖춰야 전쟁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당분간 강성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확실히 예고한 것이다.
북한이 ICBM 발사로 모라토리엄을 파기한 것은 북·미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함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며 미국과의 대결에서 핵무기와 ICBM 등 전략무기의 필요성을 절감했을 수 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추가 핵실험은 지금까지 도발과는 차원이 다른, 너무나 위험한 선택이 될 것이다. 미 본토에 다다를 수 있는 ICBM을 발사한 데 이어 7차 핵실험까지 강행한다면 미국도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된다. 중국과 러시아도 북핵을 용인할 명분이 없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에서 북한의 오판을 우려한 것은 이를 말한다. 북한의 7차 핵실험 강행은 파국을 부르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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