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을 집단학살한 정황이 여럿 확인되고 있다. 민간인 대량학살은 명백한 전쟁범죄로,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된다. 러시아군의 반인륜적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며 잔혹 행동을 즉각 중단한 것을 촉구한다. 추가 학살을 막을 국제사회의 행동이 절실하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3일 러시아군으로부터 탈환한 수도 키이우(키예프) 주변 부차 마을에서 민간인 시신 410구를 수습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대변인은 “일부 시신들의 손과 다리가 묶여 있었고 머리 뒤에는 총알구멍이 있었다”고 했다. 민간 인공위성 사진에는 부차의 한 교회 앞마당에 집단매장지로 보이는 길이 14m가량의 구덩이가 포착됐다.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집단학살한 증거라고 우크라이나 정부는 주장했다. 러시아군의 학살은 여러 증언을 통해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퇴각하면서 민간인을 무차별 사격했다는 목격자의 진술과 여성들이 러시아군인에게 성폭행당했다는 신고도 잇따르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이날 러시아군 점령지에서 반복된 성폭행과 즉결처형 같은 전쟁범죄 사례를 발표했다. 전쟁범죄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이다.
러시아 정부는 집단학살 주장을 조작이라고 부인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러시아는 전에도 비슷한 전쟁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있다. 영국 언론 가디언은 1999년 2차 체첸전쟁과 2016년 시리아 내전 개입 때에도 러시아군은 전황이 불리해지자 같은 수법을 썼다고 보도했다. 21세기 들어서까지 이런 일을 벌이다니 충격적이다. 전쟁에서 이기려 민간인 희생을 아랑곳하지 않는 러시아와 이를 지시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비인도적 행위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는 옛 소련 시절 스탈린 치하에서 1932~1933년 대기근(홀로도모르)으로 600만~1000만명이 숨지는 역사적 아픔을 겪었다. 또다시 우크라이나에서 집단학살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 신속한 조사는 러시아에 대한 압박일 뿐 아니라 추가 대량학살을 막는 길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전범 조사를 위한 특별사법기구 창설을 승인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와 유엔도 진상조사에 나섰다. 러시아는 즉각 집단학살을 멈추고, 국제사회의 조사에 협조해야 한다. 그것만이 러시아의 남은 명예를 지키는 일이 될 것이다.
'이무기가 쓴 기사 > 경향신문 사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설] 북 ‘전술핵’ 무기시험에 한·미훈련, 더 절실해진 상황관리(220418) (0) | 2022.04.25 |
---|---|
[사설] ‘광주 참사’ 현산 영업정지 푼 법원, 이래서 중대재해 줄겠나(220415) (0) | 2022.04.14 |
[사설] ‘위안부·강제동원’ 지운 일본, 미래는 어떻게 말할 건가(220331) (0) | 2022.03.30 |
[사설] 풍계리 실험장 보수하는 북, 7차 핵실험은 안 된다(220329) (0) | 2022.03.28 |
[사설] ICBM 강대강 대결, 긴밀한 국조공조로 상황 악화 막아야(220326) (0) | 2022.03.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