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29일 중앙생활보장위원회를 열고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을 4인 가구 기준으로 올해보다 5.47%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국민 가구소득의 중간값인 기준 중위소득은 생계·주거·의료·교육급여 등 취약계층의 지원 대상·금액을 결정하는 기준이다. 벼랑 끝에 놓인 취약계층에겐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으로, 기준 중위소득이 오를수록 각종 복지제도 수혜 대상도 늘어난다. 내년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 약 9만1000명이 추가로 혜택을 받는다.
정부는 내년도 인상률이 2020년 기준 중위소득 산정방식 개편 이후 처음으로 원안(5.47%)대로 반영된 점과 2015년 맞춤형 급여체계 전환 이후 최고 수준이라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인상률만 보면 정부가 예상한 올해 물가상승률(4.7%)과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5.0%)보다 높다. 하지만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최고 수준 인상률이라는 데 만족할 때가 아니다. 지난달 12년 만에 6%대를 기록한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이번 달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추세라면 향후 더 올라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기준 중위소득은 여전히 통계청이 실제 소득을 조사해 산출하는 중위값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기준 중위소득과 실제 중위소득 간 괴리가 클수록 지원대상이나 금액이 제대로 반영될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복지정책 확대를 국정과제로 제시하면서 생계급여 수급 기준을 기준 중위소득의 30%에서 35%로, 주거급여 기준은 46%에서 50%로 올리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결정과정에서 주거급여 기준을 47%로 올렸을 뿐 생계급여 기준은 손을 대지 않았다. 여전히 갈 길이 멀고, 윤 정부가 추진하는 부자감세 정책과 팍팍해질 재정으로 약속을 이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이번 결정을 취약계층의 돌봄 사각지대가 없도록 사회복지망을 확충해야 하는 계기로 삼아 실질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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