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부대 선임이 여 부사관을 성추행한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해당 부대는 지난해 5월 고 이예람 중사가 성추행 당한 뒤 전출해 마지막으로 근무한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이다. 이 중사 사망 사건에도 불구하고 그것도 그가 일했던 부대에서 성추행 사건이 재발했다니 어이가 없다. 그동안 공군이 내놓은 성폭력 근절 조치와 다짐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군인권센터는 2일 “A하사가 올 1월부터 4월까지 B준위(구속 중)로부터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B준위는 안마를 핑계로 A하사의 어깨와 발을 만지는가 하면 “장난이라도 좋으니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다”는 등 발언도 했다. 이를 거부하면 업무에서 배제시켰다. 입에 올리기도 끔찍한 엽기적인 행동도 있었다. A하사에게 코로나19 확진 남성 하사와 입을 맞추고 혀에 손을 대라고 지시하고, 이를 거부하자 자신의 손등에 남성 하사의 침을 묻힌 뒤 핥으라고 강요했다. 강압에 못 이긴 A하사는 남성 하사가 마시던 음료수를 마셨고, 사흘 뒤 코로나19에 감염됐다.
공군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법과 규정에 따라서 엄중하게 처리할 것”이라면서도 “신고 다음날인 4월16~17일 가해자를 업무에서 배제하도록 했으며, 해당 기간 피해자는 휴가 중이어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실질적으로 분리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군인권센터는 공군이 A하사가 피해 사실을 신고한 다음날인 16일과 17일 B준위를 전출시키지 않고 정상적으로 업무를 보게 했다고 주장했다. 만약 군인권센터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군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도록 한 규정을 위반한 데다 거짓말까지 한 셈이다.
B준위는 이튿날 군사경찰대에 입건되고, 같은 달 26일 구속됐다. 그런데 A하사도 피의자로 조사를 받았다. A하사는 B준위의 강요와 강압에 못 이겨 코로나19 확진자 격리 숙소에 갔는데, 군은 주거침입과 상해 혐의로 A하사를 입건했다는 것이다. 또 사건 발생 후 2차 가해도 있었다고 한다. 같은 부대원이 A하사가 성추행 피해 신고를 하자 이를 B준위에게 알려줬다는 것이다. 공군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1년 전 성추행 피해로 이 중사가 사망하고, 이 일로 특검 수사까지 받는 사실을 의식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공군은 마지막 남은 명예를 지키고자 한다면 사실을 명백히 가리고, 지킬 수 있는 재발방지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이무기가 쓴 기사 > 경향신문 사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설] 칩4, 사드에 첨예한 입장차 확인한 한·중 외교장관 회담(220811) (0) | 2022.08.10 |
---|---|
[사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시행, 누더기 상태로는 실효성 없다(220804) (0) | 2022.08.03 |
[사설] 뛰는 물가 못미친 중위소득, 취약계층 돌봄 사각지대 없어야(220730) (0) | 2022.07.29 |
[사설] 포스코 불법파견 인정 판결, 제조업 하청구조 개선 계기로(220729) (0) | 2022.07.28 |
[사설] 조선업 하청구조 개선하겠다는 노동부, 말보다 실천이다(220726) (0) | 2022.07.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