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에 이어 철강업계에 만연한 사내하청도 불법파견이라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이흥구 대법관)는 28일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사내하청 노동자 59명이 포스코를 상대로 낸 2건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정년이 지난 4명을 제외한 원고들에 대해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포스코 노동자로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대법원의 잇단 판결이 제조업 하청구조 개선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이번 판결은 사내 하청노동자를 불법파견 형식으로 활용해온 제조업계의 오랜 관행에 또다시 철퇴를 가했다는 의미가 있다. 대법원은 2010·2012·2015년 현대자동차 관련 소송에서 사내하청이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파견은 파견사업주(하청)가 노동자를 고용해 사용사업자(원청)의 지시·감독을 받아 원청을 위해 일하는 형태다. 파견법은 원청이 파견노동자를 2년 이상 사용하면 직접고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동차·철강·조선 등의 제조업은 파견금지 업종인데도 관행이라는 이유로 파견을 활용해왔다. 사내 하청노동자는 정규직과 함께, 같은 사업장에서, 유사한 일을 하면서도 임금이나 복지에서 차별을 받기 일쑤다. 경기부침에 따른 고용불안도 피할 길이 없다. 최근 끝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처럼 노사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대법원의 잇단 판결에도 기업들이 하청구조 개선에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현대차가 대법 판결에 맞서 헌법소원까지 제기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해 7월 대법 확정 판결을 받은 자동차 부품업체 현대위아는 불법파견 소송을 무마하기 위해 자회사를 세워 지원하도록 한 뒤 응하지 않은 노동자를 전보시켜 문제가 됐다. 대법 확정 판결을 앞둔 현대제철은 1·2심이 불법파견을 인정했음에도 자회사 고용에 응하지 않은 하청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등 법적 책임을 회피하는 데만 골몰한 행태가 드러나기도 했다. 책임있는 기업들의 자세가 아니다. 기업이 산업생태계의 변화와 노동 현실을 받아들여 하청구조 개선에 앞장서야 한다.
대법원의 사내하청 불법파견 인정 판결 기조가 조선업계로까지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2017년 현대중공업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 3명이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이 대법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조선업계 최초의 불법파견 소송이다. 1·2심 모두 불법파견이 아닌 적법한 도급계약이라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의 전향적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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