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외교·국방 차관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제3차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를 열고 북핵에 대한 확장억제 강화를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한·미는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국은 또 미국의 최신 비핵전력을 포함해 핵과 재래식, 미사일방어 (MD)체계 등 모든 군사적 자산을 총동원한 확장억제 강화에도 의견을 모았다. 북한이 최근 핵 선제공격 법제화를 밝힌 데 대해 한·미 양국이 한층 더 수위가 높은 대응을 약속한 것이다. 그 일환으로 당장 이번주 후반에는 미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를 훈련차 한반도에 전개한다. 북핵 위협에 대한 예방적 차원의 억제 의지를 강화한 것이지만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한·미 양국의 이 같은 방침은 북한의 점증하는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북한은 지난 8일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하면서 사실상 핵 선제공격 원칙을 선언했다. 7차 핵실험 가능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이런 북핵 정책의 변화는 한반도 긴장을 높일 수 있다. 한·미의 공동성명 후 후속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미 항모 레이건호가 부산항에 입항해 이달 말쯤 동해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진행한다. 미 항모가 한국 작전구역에서 연합훈련을 하는 것은 2017년 11월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5년 만이다. 미국이 유사시 한반도에 전개할 수 있는 전략자산인 B-52 전략폭격기를 한국 측에 보여주고, 지난 15일 끝난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 사진과 장면을 미 국방부 사이트에 공개한 것도 마찬가지다. 한반도의 핵위기를 고조시킨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북한의 ‘핵 법제화’ 등 최근 행보가 한층 위험한 행동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행위가 근본적으로는 전과 다를 바 없는 위협이라는 해석도 있다. 4년 전 경제 개발을 위해 비핵화 협상에 나섰을 때와 본질적으로 여건의 변화는 없다는 것이다. 북핵 위협에 한·미가 군사 공조를 강화하고 북한이 이에 반발하며 위협 수위를 더 높이는 악순환이 벌어진다면 ‘강 대 강’의 한반도 정세는 급격히 얼어붙을 수 있다. 지금 한반도에는 양측 간 충돌을 제어할 제동장치가 없다. 윤석열 정부는 강경 일변도가 아닌 비핵화에 대한 반대급부를 언급한 담대한 구상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북핵 위협 대응과 더불어 대북 추가 유인책이 절실하다. 남북 정상은 4년 전 9·19 군사합의를 통해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북한도 이 점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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