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30일 “파업을 하는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려고 하지만 불법은 안 된다”며 “저임금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는 파업에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시멘트 이외에 원유, 철강, 컨테이너 분야로 추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화물연대 파업이 일주일째 접어들고, 서울 지하철 파업이 이날 시작된 데다 2일 철도파업까지 예고된 터라 노조의 불법 행동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달라고 외치는데 고작 할 말이 이것뿐이라니 참으로 답답하다.
파업은 노·정 간 대결적 해법으로는 결코 풀 수 없다. 그런데 정부는 강경 입장만 보이고 있다. 특히 김 수석은 이날 “업무복귀 명령을 거부한 운송종사자에 대해 명령서가 발송되고 있다”며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다양한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추가 옵션으로는 안전운임제 폐지까지도 검토 대상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영구화)와 품목 확대를 요구하는 노조를 상대로 안전운임제 자체를 폐지하려 한다면 노·정 관계에 파국을 부르는 기름을 붓게 된다. 게다가 노동부도 아닌 국정의 최고사령탑인 대통령실이 전면에 나서 노조를 위협한 것은 더더욱 바람직하지 않다.
더욱 유감스러운 것은 정부의 노·노 갈라치기 움직임이다. 김 수석의 저임금 노동자와 파업 노동자 구분 발언은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국무회의에서 “민주노총 산하의 철도·지하철 노조들은 산업현장의 진정한 약자들, 절대다수의 임금 근로자들에 비하면 더 높은 소득과 더 나은 근로여건을 갖고 있다”고 한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조직화되지 않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권리와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의 권리가 어떻게 충돌하고 있다는 말인가. 정부는 그동안 저임금 노동자를 위한 대책으로 내놓은 정책이 없다. 오로지 노·노 갈라치기를 할 생각만 가득하다.
복합경제 위기 속에서 노동계 동투에 대한 우려가 크다. 파업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기본권이다. 정부는 파업에 대해 민생과 국민경제를 볼모로 한 불법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노조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 법과 원칙은 오로지 노조를 윽박지르는 쪽으로만 가동되어야 하는 것인가. 대통령실이 법과 원칙을 파업 대응의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면 대화는 불가능하다. 사태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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