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기가 쓴 칼럼/편집실에서 썸네일형 리스트형 [편집실에서33]날개 단 국정원(2016.03.15ㅣ주간경향 1167호)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으로 야권 의원들의 필리버스터가 시작될 무렵인 지난달 하순. 미국의 정치전문지 는 민주당의 대선 경선주자인 버니 샌더스가 40여년 전 ‘중앙정보국(CIA) 해체’를 언급한 사실을 보도했다. 1974년 10월 샌더스가 CIA를 “사라져야 할 위험한 기관”이라고 말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샌더스는 반전단체 자유연합당 후보로 버몬트주 상원의원 선거에 도전하고 있었다. 의 보도 계기는 샌더스와 힐러리 클린턴 후보 간 최근 토론이었다. 샌더스는 토론에서 1953년 CIA가 이란의 모하메드 모사데크 정권 전복 쿠데타를 지원한 사실을 언급했다. 는 샌더스 발언에 대한 클린턴 후보 측의 반응도 실었다. “그(샌더스)가 최고사령관 자격이 없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보도가 파문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후보.. 더보기 [편집실에서32]불신의 DNA를 믿음의 DNA로(2016.03.08ㅣ주간경향 1166호) 박근혜 대통령이 2월 25일로 취임 3주년을 맞았다. 질문 하나를 던져 보자. 박 대통령 집권 3년을 집약하는 용어를 하나만 꼽으라면?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다. 청와대가 꼽은 용어는 ‘국민’이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 취임 3주년을 앞두고 3년간 공개발언 1342건을 빅데이터로 분석했다. 그 결과 국민, 대한민국, 경제, 발전 등의 순으로 나왔단다. 국민은 5029회, 대한민국은 4412회, 경제는 4203회 언급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과 대한민국은 주로 관용적 의미로 사용된 만큼 실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경제로 봐야 한다”는 각주를 달았지만 입만 열면 국민과 국가를 강조하는 박 대통령의 애민과 애국은 감출 수 없을 터이다. 청와대의 답변이 정답인지 오답인지 정확히 가릴 방법은 물론 없다. 지.. 더보기 [편집실에서31]거짓말 정부(2016.03.01ㅣ주간경향 1165호) ‘정부는 거짓말한다.’ 미국 언론인 I F 스톤이 한 말이다. 언론인의 사명을 함축하고 있어 늘 가슴에 새겨 왔다.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발사에서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과 대통령의 국회 연설에 이르는 과정을 보며 새삼 이 말이 떠올랐다. 정부의 대응논리가 거짓투성이이기 때문이다. 불법행위를 옹호하려다 보니 또 다른 거짓말을 하거나 억측을 내세울 수밖에 없는 곤궁한 처지. 박근혜 정부가 그렇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의 ‘개성공단 임금 70% 핵개발 전용’ 발언을 보자. 홍 장관은 지난 12일 핵무기 개발 전용 의혹과 관련해 “여러 관련 자료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야당은 그게 사실이라면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안 2094호 위반(허위 보고)이라고 지적했다. 대북결의안 2094호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더보기 [편집실에서30]샌더스가 만드는 희망의 길(2016.02.23ㅣ주간경향 1164호)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탓으로 가라앉았던 설 연휴 분위기에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던진 것은 미국 대선 관련 소식이었다.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이자 사회주의자인 버니 샌더스는 9일(현지시간) 치러진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큰 표 차이(21.7%포인트)로 이겼다. 0.3%포인트 차의 아이오와 코커스 석패를 만회하고 대선 분위기를 반전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승리였다. 물론 몇 시간 후 한국 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맞불로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발표하는 바람에 분위기는 다시 가라앉았지만 말이다. 샌더스의 압승이 예견된 까닭에 내 관심사는 그 뒤에 나온 뉴스였다. 거기서 샌더스 바람이 돌풍에 그치지 않고 태풍이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의 근거를 봤기 때문이다. 그것은 선거자금 모금 관련 소.. 더보기 [편집실에서29]영원한 갑질인생(2016.02.16ㅣ주간경향 1163호) “평생을 갑으로 살아온 사람의 당연한 선택 아닐까.” 최근 지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안대희 전 대법관이 화제에 오른 적이 있다. 그가 4월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의 ‘험지 차출론’에 부응해 서울 마포 갑 예비후보로 등록한 직후였다. “대법관까지 한 사람이 뭐가 아쉬워 국회의원을 하려 할까” 하는 안타까움이 대화를 이끌었다. 결론은 “그거 아니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였다. 모두가 동의했다. 지인들과의 대화는 검사와 판사의 차이로까지 나아갔다. 결국 검사가 판사보다 정치적 야망이나 특권의식이 더 클 수 있다는 데 이르렀다. 평생을 갑으로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첫째, 낮은 곳을 바라보지 않는다. 둘째, 갑이 되지 않으면 불안하다. 안 전 대법관만큼 이 조건에 맞는 이도 드물다. 서울법대 .. 더보기 [편집실에서28]“얼마나 답답 하시면…“ 화법 유감(2016.02.02ㅣ주간경향 1162호) 박근혜 대통령의 ‘민생구하기 입법 촉구 천만 서명운동’ 참여에 대한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관제’ 냄새가 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야당은 대통령의 행위를 “관제 서명”이라고 대놓고 말한다. 아닌 게 아니라 대통령의 담화 발표를 시작으로 재계의 동참 발표, 대통령의 서명, 관료와 대기업의 잇단 참여가 이어지면서 정부의 압박에 의해 짜여진 각본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대통령이 앞장섰는데 관제와 관치에 익숙한 관료와 기업들이 따라가지 않을 재간이 있을까. 울며 겨자 먹는 심정일 테다. 중·고교 시절을 독재정권 시절에 보낸 50대라면 박제된 관제의 추억이 되살아나 몸이 떨릴지도 모르겠다. 물론 청와대는 대통령이 개인 자격으로 했다고 강조하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대통령이 개인 차원.. 더보기 [편집실에서27]잘못 겨눈 풍자의 칼끝(2016.01.26ㅣ주간경향 1161호) 기억하는가. 지난해 1월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 모독 만화를 실었다는 이유로 테러를 당한 프랑스 만평 전문지 를. 그리고 지난해 9월 난민선 사고로 숨진 3살배기 시리아 아이 아일란 쿠르디를. 언론 및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과 난민사태의 심각성을 죽음으로 보여준 사례들로, 세계는 연대와 애도를 보냈다. 그렇다면 가 쿠르디의 죽음을 만평의 대상으로 삼아 조롱한 사실을 아는가. 최신판은 ‘이민자’라는 제목으로 쿠르디를 등장시켰다. 만평은 쿠르디 시신 모습과 함께 ‘꼬마 아일란이 자라면 무엇이 됐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 아래에는 두 손바닥을 내민 남성 두 명이 달아나는 두 여성을 쫓아가는 그림이 있다. 그 밑에는 ‘독일에서 엉덩이를 더듬는 사람’이라는 글이 있다. 이 만평은 쿠르디와 지난해 마지막 날 밤 .. 더보기 [편집실에서26]용서 아닌 책임을 추궁해야 할 때(2016.01.19ㅣ주간경향 1160호) “하나님이 이 죄 많은 이에게 찾아와주시고, 그 많은 죄를 회개하도록 하고 그 죄를 용서해 주셨습니다.” “하나님이 죄를 용서해 주셨다고요?” 이창동 감독의 영화 의 한 장면이다. 자식을 잃은 엄마는 가해자를 용서하기 위해 교도소 면회를 갔다가 하나님에게 죄를 용서 받았다며 편안하게 말하는 가해자를 보며 몸을 떨고 돌아서 나온다. 그러고는 절규한다. “어떻게 용서를 해요? 용서를 하고 싶어도 난 할 수가 없어요. 그 인간이 용서를 받았다는데, 그래서 마음이 평화롭다는데…, 이미 하나님이 용서를 하셨다는데 어떻게 내가 다시 용서를 해요? 내가 그 인간을 용서하기도 전에 하나님이 어떻게 먼저 용서할 수 있어요? 그 인간은 하나님의 사랑을 용서 받고 구원을 받았어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한·일 위안부.. 더보기 [편집실에서25]10억엔이란다(2016.01.12ㅣ주간경향 1159호) 시인 곽재구는 1960~70년대에 만연했던 일본인의 한국 기생관광 모습과 감상을 시 ‘유곡나루’에서 이렇게 그렸다. ‘육만엔이란다./ 후쿠오카에서 비행기 타고 전세버스 타고/ 부산 거쳐 순천 지나 섬진강 물 맑은 유곡나루/ 아이스박스 들고 허리 차는 고무장화 신고/ 은어잡이 나온 일본 관광객들/ 삼박사일 풀코스에 육만엔이란다./…/ 육만엔이란다, 낚시대 접고 고무장화 벗고/ 순천 특급호텔 사우나에서 몸 풀고 나면/ 긴밤 내내 미끈한 풋가시내들 서비스 볼 만한데/ 나이 예순 일본 관광객들 칙사 대접받고/ 아이스박스 가득 등살 푸른 섬진강/ 맑은 물 값이 육만엔이란다.’ 3박4일 풀코스 6만엔. 어디 섬진강과 순천 일대에서만 그랬을까. 외화벌이 목적으로 일본인 관광을 장려한 게 정부였으니, 3박4일 풀코스 .. 더보기 [편집실에서24]2016년, 희망가를 부를 수 있을까(2016.01.05ㅣ주간경향 1158호)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이름만 들으면 1980년대 ‘헤이’ ‘나탈리’라는 노래로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스페인 가수 훌리오 이글레시아스와 헷갈릴 수 있겠다. 세련된 훈남 스타일의 훌리오 이글레시아스와는 달리 그는 말총머리에 허름한 옷차림새가 특징이다. 외신을 보면 가끔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모양이다. 가수는 아니지만 최근 훌리오 이글레시아스 못지 않은 유명세를 누리고 있다. 오랜 긴축으로 실의에 빠진 스페인 서민들에게 희망가를 불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이끌고 있는 신생 정당 ‘포데모스’가 창당 1년 11개월 만에 치러진 첫 총선에서 제3당이 되는 역사를 썼다. 포데모스는 ‘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글레시아스와 포데모스는 말 그대로 해냈다. 이글레시아스와 포데모스의 힘은 어디에서 .. 더보기 이전 1 ··· 3 4 5 6 7 8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