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마침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대통령이 검찰의 수사를 받는 헌정 초유의 일이 일어났다. 이 자체만으로도 퇴진해야 하는 이유로 충분하다. 박 대통령도 알고 있을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가 박근혜 게이트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자고 일어나면 관련 뉴스가 쏟아지지만 바뀌지 않는 사실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커져가는 국민들의 ‘박근혜 퇴진’ 목소리다. 다른 하나는 떨어지는 지지율이다. 4일 발표된 갤럽의 지지도는 5%로 역대 최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기록(6%)마저 깼다. 바닥이 어디일지 알 수가 없다. 떨어지는 것은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요, 치솟는 것은 국민의 분노다. 박 대통령 신세는 바람 앞의 나뭇잎이다. 나라의 운명도 바람 앞의 등잔불이다. 민심도 시간도 박 대통령 편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박 대통령은 사태를 수습할 기회를 놓쳤다. 지난달 25일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에 대한 대국민 사과 이후 4일 대국민 담화까지 여론을 무시한 채 일방독주했다. 대국민 사과의 역풍에도 총리 내정자를 깜짝 발표했다. 성난 민심에 기름을 끼얹는 처사였다. 특히 4일 대국민 담화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 자의 최후의 발악 같았다. 내용은 차치하고 두 번이나 사과했으니 이쯤에서 끝내달라고 하는 것 같다. 박 대통령은 아직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사과는 하는 이의 진정성 못지않게 받아들일 사람들의 마음이 중요하다. 그리고 타이밍이 중요하다. 그의 사과는 진정성도 없었고, 마음을 움직이지도 못했다. 악화하는 여론에 떠밀려 현 상황을 모면하려는 시도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최순실씨가 구속되고 최측근들은 물론 본인마저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되는 코너에 몰린 상황에서 나온 궁여지책임을 모르는 이가 누가 있으랴. 진정성 없는 사과는 대국민 사기극이나 다름없다. 지금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못하는 국면이다.
민심 이반은 박 대통령의 자업자득이다. 한 자릿수 지지율은 백 마디의 말보다 울림이 크다. 지지기반인 대구·경북(10%)과 60대 이상(13%)에서만 유일하게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했다. 부모나 친지들의 입에서 박 대통령 욕하는 소리가 나오는, 결코 그럴 일이 없을 것 같던 현실이 경상도 출신 비지지자들은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이미 국민의 3분의 2 이상이 대통령의 하야를 원한다. 더 이상 아무도 대통령을 불쌍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모두가 “내가 더 불쌍하다”고 말한다. 국익 강조 모드나 피해자 코스프레도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계속되는 일방 독주의 뒷배에 대한 의심과 분노의 수위가 올라갈 뿐이다. 박 대통령이 귀를 열어야 할 대상은 여론이지 일부 모리배의 감언이설이 아니다. 나라가 어려울 때에는 간신배들이 설치는 법이다. 누가 몸통이냐 깃털이냐를 가리는 것도 의미 없다. 뫼비우스 띠처럼 앞뒤가 구분 안 되는 한 몸이기 때문이다.
무신불립(無信不立). 박 대통령의 좌우명이다. 신뢰를 잃으면 나라가 설 자리가 없다는 뜻이다. 스스로 신뢰를 저버렸기에 대통령으로서 존재이유가 사라졌다. 재주복주(載舟覆舟)라는 말이 있다. 배를 띄울 수도, 뒤집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주체는 물이다. 예로부터 물은 백성을, 배는 군주를 의미한다. 박 대통령은 지금 분노로 가득찬 민심의 파도 위에 놓여 있다. 국민이 박 대통령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살고 나라가 사는 길은 하나뿐이다. 박 대통령 스스로 퇴진하는 일이다. 그것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다.
<조찬제 편집장 helpcho65@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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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24&artid=201611081813261#csidx5623bd54ad030f79ddd63291a7a7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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