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첫 정상회담이 오늘 새벽에 끝났다. 두 정상은 환영만찬, 확대 회담, 업무 오찬으로 이뤄진 1박2일 동안 양국의 현안과 지역·국제 문제를 논의했다. 미·중 새 지도부 간의 첫 만남이다보니 대립보다는 협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의례적이지만 우호적인 만찬 분위기가 이를 뒷받침한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때의 공언과 달리 ‘빅맥 햄버거’ 대신 스테이크, 생선, 와인 등으로 시 주석을 예우했다. 또 “장기적으로 우리는 매우 위대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며 그렇게 되기를 매우 고대한다”면서 양국 간 협력을 강조했다. 시 주석도 “중·미가 협력해야 할 이유는 1000개가 있지만, 관계를 깨뜨릴 이유는 하나도 없다”고 화답했다.
이번 회담은 최강국 정상의 첫 대면으로서 향후 4년간 국제관계를 좌우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두 정상은 실무회담에서 첨예한 갈등을 빚어온 무역 불균형, 지역 안보, 북핵 문제 등을 놓고 기싸움을 벌였다. 시 주석은 올가을 지도체제 개편이 있을 제19차 당대회를 앞두고 미국과 동등한 위치임을 과시하기 위해 이 회담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낮은 지지율과 잇단 입법에 실패한 트럼프 역시 이번 회담에서 체면을 세울 기회를 찾아야 했다. 따라서 시 주석은 자신의 외교전략인 ‘신형대국관계’를, 트럼프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삼는 ‘미국 우선주의’를 맨앞에 두고 회담에 임했다. 경제 현안인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시 주석은 트럼프에게 일자리 창출을 위한 인프라 건설 투자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약속했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도 환율조작국 지정이나 중국 상품에 대한 45% 고율 관세 부과 등 중국을 자극하는 언급은 하지 않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북핵 문제를 두고는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의 만찬 도중 나온 미국의 시리아 공격은 이런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시리아 공격은 미국의 국익 손상을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트럼프는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선제타격을 배제하지 않겠다며 중국을 압박해왔다. 미국의 시리아 공격은 북핵이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면 선제타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중국에 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두 정상 간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아직 발표하지 않았지만 트럼프가 시 주석의 방중 초청에 응한 점은 주목된다. 미국 우선주의와 중국의 핵심이익이 충돌하는 상황은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된다. 두 정상은 상호방문을 통해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미래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일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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