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공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초미세먼지(PM2.5) 기준을 오늘부터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초미세먼지로 수도권 공기가 나쁠 때 취하는 미세먼지 비상 저감조치 발령 요건을, ‘다음날 미세먼지 예보가 수도권 3개 시·도에서 모두 나쁨’일 때로 낮췄다. 저감조치가 발령되면 공공기관 차량에 대해 강제로 2부제 운행을 실시한다. 행정기관이 운영하는 대기배출 사업장과 공사장은 스스로 운영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반면 공공기관 방문 민간인 차량의 2부제와 민간 사업장·공사장의 조업 단축은 예외로 했다.
초미세먼지 발생이 잦은 상황에서 정부와 지자체들이 초미세먼지 대책 발령 요건을 완화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2월15일 비상 저감대책 시행 한 달 보름여 만에 추가로 내놓은 것이라는 점에서 신뢰가 가지 않는다. 그사이 수도권에서 초미세먼지 주의보는 14차례 발령됐지만 정부는 비상조치를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다시 보완대책을 내놓은 것은 땜질행정, 탁상행정의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번 조치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공공기관 차량의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에 초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조업단축을 위한 세부 실행계획이 없다. 조업단축을 지키지 않을 때 어떤 제재를 할 것인지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만 기대하는 상황이다. 우리는 지난해 봄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릴 때도 유치원 운동회와 각종 스포츠 행사가 열렸던 사실을 기억한다. 그에 대한 반성으로 나온 것이 그해 6월3일의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 지난해 말의 ‘초미세먼지 비상 저감조치’였다. 아무런 소용없는 이런 대책 남발로는 미세먼지를 줄일 수 없다. 미세먼지 배출원 실태를 파악하고 배출기준을 강화하는 것과 같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올해 미세먼지는 지난해보다 더 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고등어구이 논란’ 등으로 미세먼지에 대한 시민들의 민감도는 높아졌다. 2년 전 상황이지만 때마침 일본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2분의 1로 낮아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정부의 노력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증거다. 임기응변으로는 미세먼지에 빼앗긴 봄을 되찾을 수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미봉책 아닌 실천 가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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