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각각 미세먼지 대책을 공개했다. 문 후보는 어제 4~5월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전면 중단, 미세먼지 대책 한·중 정상회담 의제 격상, 유치원·학교의 공기질 향상을 위한 비상조치 즉각 실시를 뼈대로 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안 후보는 지난 주말에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재난으로 관리, 미세먼지 기준 국제수준 강화, 중국에 할 말 하는 환경외교 필요 등 6대 제안을 내놓았다. 문 후보의 대책이 안 후보보다 내용이 좀 더 풍부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두 후보 간에 큰 차이는 없다. 석탄화력발전소 승인 취소나 신규 건설 중단, 선진국 수준으로 미세먼지 기준 강화, 중국과의 환경공조 강화 등 목표가 대동소이하다.
두 유력 대선후보가 시민의 관심사인 미세먼지 대책을 신속하게 제시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시민들의 관심은 신속한 대책이나 풍부한 내용이 아니라 현실을 제대로 진단하고 실현 가능한 대책을 내놓았는가에 있다. 아무리 눈길을 끄는 대책이라도 실천할 수 없다면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안 후보가 시범 도입하기로 한 ‘스모그프리타워’가 좋은 예다. 배출원 실태 파악을 위한 구체적 방안이나 배출기준 강화 같은 근본 대책은 두 후보 모두 제시하지 못했다.
때마침 환경운동연합이 ‘미세먼지 7대 정책’을 대선후보들에게 제안했다. 미세먼지 기준 강화, 석탄화력발전소 축소 및 신규 계획 중단 등 두 후보의 대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큰 목표와 대략의 방법은 충분히 논의된 셈이다. 그렇다면 두 후보는 목표를 제시하는 것에 만족하지 말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역대 정부가 왜 미세먼지를 해소하는 데 실패했는지 되새겨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미세먼지 기준을 국제수준으로 높이지 않고, 미세먼지 대책을 대통령 의제로 삼지 않고, 국가적 재난으로 관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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