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무기가 쓴 기사/경향신문 사설

[사설]용산기지 발암물질 은폐한 환경부의 존재 이유를 묻는다(170420)

환경부는 18일 서울 용산 미군기지 내 지하수에서 1급 발암물질 벤젠이 허용기준치의 최대 162배 초과 검출됐다는 자료를 공개했다. 한·미 합의에 따라 2015년 5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한 3차례 조사 가운데 1차 조사 결과다. 서울시가 기지 외곽에서 측정한 벤젠의 최대 오염도인 기준치 647배 초과보다는 낮지만 시민의 품으로 돌아올 용산 기지가 심각하게 오염된 사실을 확인시켜주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공개 내용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이번에 공개된 지역은 용산구청 맞은편 반경 200m 안이다. 시민단체들이 미국 정보자유법을 통해 최근 입수해 공개한 용산 미군기지 내부 유류 유출사고는 모두 84건으로, 이곳에서는 1998년 2차례, 2015년 1차례 등 3건이 발생했다. 이로 미뤄본다면 용산 기지 상당 부분이 심각하게 오염됐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미군기지 환경오염 실태 파악은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탓에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SOFA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절차에 따르면 한·미 간 협의 없이 오염사고 관련 정보는 공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이번 자료 공개 과정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시민단체들은 조사 결과 공개를 요구했지만 환경부는 SOFA를 이유로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소송까지 제기하자 대법원의 공개 판결이 있고서야 응했다. 미군 측과 최종 보고서에 합의하지 않았다는 그동안의 공개 반대 이유가 군색할 따름이다. 공개 과정에서는 시료 채취 장소 누락 의혹도 받았다. 시민단체가 공개하기 전까지 용산 기지 내 환경오염 사고발생건수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 또한 비난받을 만하다. 미군기지 환경오염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 부족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군기지 환경오염 정보의 공개는 기지 반환뿐만 아니라 시민의 건강과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현재 용산을 포함해 26개 미군기지가 반환을 앞두고 있다. 이 가운데 4곳은 이미 조사를 끝내고 미군 측과 환경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부지에 대한 오염정화조치가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어떤 옵션이 있는지가 쟁점이다. 용산 기지 반환 협상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미군 측과의 환경협상을 유리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오염 실태자료를 공개해 공론화하는 일이 중요하다. 환경부는 SOFA 탓만 할 것이 아니라 미군 측이 기지 오염 정보를 공개하도록 주어진 책무를 다해야 한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4192052015&code=990101#csidx75b07b0dc2b43eab391e946e67d8f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