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대선 사전투표가 치러진 지난 4일 난데없는 ‘투표용지 괴담’이 SNS를 타고 번졌다. 후보자 이름 사이에 간격이 있는 것과 없는 것 2종류의 투표용지가 있고, 간격이 없는 투표용지는 무효 처리된다는 내용이었다.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결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허위 사실을 유포해 선거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뜨거운 사전투표 열기만큼이나 부정투표나 투표조작에 대한 우려를 보여준 예다.
대선 투표용지에는 기호 번호와 소속 정당 이름, 후보자 이름, 기표란이 인쇄돼 있다. 가로 길이는 고정돼 있지만 후보자 칸의 폭이나 후보자 간의 간격은 후보자 숫자에 따라 달라진다. 이번 대선의 경우 후보자 칸의 폭은 1㎝이다. 후보자 간 간격은 0.5㎝이다. 후보자 간 간격을 두는 이유는 기표 잘못을 막기 위해서다. 그런데 기표 도장의 지름은 0.7㎝이다. 두 후보가 겹칠 수 있는 것이다. 그럴 경우 무효 처리된다.
후보자의 이름이 인쇄된 투표용지는 1850년대 호주에서 처음 사용됐다. 하지만 투표용지는 나라마다 다르다. 후보자 얼굴을 인쇄하는 나라도 있다. 아일랜드, 이집트, 터키, 남아공 등이다. 후보자 간 헷갈리는 것을 막고,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주기 위함이다. 기표 방식도 다양하다. 일본은 유권자가 투표용지에 후보자와 정당 이름을 직접 쓴다. 유효투표율을 높이고 부정선거를 막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개표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도 있다. 투표용지에 펀치로 구멍을 뚫는 경우도 있다.
기표 방식 탓에 투·개표 논란이 일기도 한다.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가 초유의 재검표 사태 끝에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를 꺾은 2000년 미국 대선이 그랬다. 당시 최대 승부처는 플로리다주였다. 후보 간 표 차이는 537표, 0.009%였다. 플로리다주 투표용지는 펀치 카드 방식이었다. 투표용지에 구멍이 제대로 뚫리지 않은 것이 혼란의 원인이었다. 연방대법원은 부시의 손을 들어줬지만 펀치 카드에 드러난 투표 의향을 감안하면 고어가 이겼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그 후 전자투표 방식이 도입됐으나 바로 그 때문에 해킹 논란을 초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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