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의 당선이 유럽 포퓰리즘 확산에 쐐기를 박았다.’ 프랑스 대선에서 중도 노선의 에마뉘엘 마크롱이 극우 민족전선의 마린 르펜을 꺾은 데 대한 언론의 대체적인 평가다. 그럴 만도 하다. 지난해 6월 영국의 브렉시트와 11월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절정에 이른 포퓰리즘은 이후 예상과 달리 퇴조했다. 지난해 12월 오스트리아 대선, 올해 3월 네덜란드 총선, 6월 영국 조기 총선의 척도로 여겨진 지난 4일 지방선거, 오는 9월 총선에서 극우 정당의 첫 연방의회 진입이 예상된 지난 7일 독일 주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은 줄줄이 패퇴했다. 결은 다르지만 한국 대선에서도 ‘홍트럼프’로 불린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도 참패했다.
포퓰리즘은 대중의 요구와 바람을 대변하려는 정치 사상이나 활동을 의미한다. 포퓰리즘 정당은 기성 정치권에서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유럽의 포퓰리즘 정당은 1990년대 이후 반유럽통합, 반이민, 인종차별 등을 표방하며 등장했다. 프랑스 민족전선, 오스트리아 자유당, 네덜란드 자유당, 영국 독립당, 독일을위한대안 등이 대표적이다. 한 줌에 불과하던 극우 포퓰리즘 정당이 주목받게 된 계기는 세계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와 이민자의 유입 등이다. 고실업 상황에서 이민자가 일자리를 잠식할 것이라는 논리가 먹혀든 것이다.
과연 마크롱의 승리와 함께 포퓰리즘은 종말을 맞은 걸까. 물론 아니다. 부활의 불씨는 곳곳에 살아 있다. 무엇보다 포퓰리즘의 토양인 실업률과 이민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이 틈바구니 속에서 포퓰리즘 정당들은 집권당과 사안별 동맹 전략으로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이 내년 총선에서 제1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여전하다. 동유럽의 반이민주의자인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 총리도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유럽연합과 난민 송환협정을 맺어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카드를 쥔 터키 대통령은 지난달 ‘21세기 술탄’이라는 날개를 달았다.
포퓰리즘은 실패를 먹고 자란다. 정치가 실패하면 포퓰리즘은 되살아난다. 마크롱 대통령의 새로운 도전이 성공할지 세계가 주목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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