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 말부터 약 3주간 에스토니아의 주요 정부기관 및 기업의 웹사이트가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2차 세계대전 참전 기념 동상 이전 발표가 발단이었다. 러시아인의 반발 시위, 에스토니아와 러시아 간 외교전, 그리고 최악의 사이버 공격 등 파장은 컸다. 배후로 러시아가 지목됐다. 그러나 러시아의 부인으로 ‘배후 없는 공격’으로 정리됐다. 이것이 국가를 대상으로 한 최초의 사이버전이다. 사이버전은 인터넷을 이용해 타국의 사회 인프라를 마비시키는, 다른 형태의 전쟁이다. 서방·불량국가 누구나 공격받고 공격할 수 있다. 다만 공격 배후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사이버전 배후국으로 흔히 중국, 러시아, 북한이 지목된다.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사이버전 부대를 보유하고 있다. 인민해방군 총참모부 산하의 61398부대를 비롯해 5만~4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사이버부대는 예산 규모로 세계 5위권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사이버부대는 정찰총국 산하 6000명 규모이며, 공격 능력은 세계 5위 수준으로 경찰청은 파악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를 강타한 랜섬웨어 사이버공격 배후에 북한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랜섬웨어 사태에서 발견된 악성코드가 2014년 미국의 소니픽처스 엔터테인먼트 및 2016년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해킹사건의 배후로 지목받는 해킹집단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 집단은 북한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니픽처스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암살을 다룬 영화 <인터뷰>를 제작한 직후 해킹을 당했다. 미국 당국은 북한 소행으로 추정했다. 2009년 미국과 한국 정부기관 등이 동시에 공격받은 ‘7·7 디도스 사건’과 2011년 청와대·국회 등 40여곳이 피해를 입은 ‘3·4 디도스 공격’ 등도 북한 소행으로 지목돼왔다.
북한 배후설은 타당한 걸까. 한국의 경우 악용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북한을 지목해도 책임질 일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도 북한을 사이버공격의 주요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러나 2010년 이란 핵시설을 공격한 스턱스넷 사건의 장본인은 미국과 이스라엘이다. 미국은 사이버사령부를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 사이버전 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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