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앞 낡은 고가도로가 ‘서울로7017’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주말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건설된 지 약 47년 만이다. 서울시는 개장 첫날인 지난 20일에만 시민 15만명 이상이 찾았다고 했다. 가히 새 명소의 탄생이라 할 만하다. 숫자 7017의 70은 고가도로의 개통연도인 1970년에서, 17은 보행길로 다시 태어난 2017년에서 각각 따왔다. 그 길이 주변의 17개의 길과 이어지고 높이0가 17m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서울 도심의 공중정원은 발상의 전환이 없었다면 결코 탄생할 수 없었다. 2007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은 철거한 뒤 새 고가도로를 건설하기로 했다. 그러나 2014년 6월 서울시장 선거를 앞둔 당시 박원순 시장이 철거 대신 공원 활용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운명이 바뀌었다. 공중정원 모델은 폐선이 된 고가철로를 공원으로 만들어 미국 뉴욕의 새 명물이 된 ‘하이라인 파크’였다. 서울시는 너비 10.3m, 길이 1024m 고가도로를 공중정원으로 만들기 위해 645개의 둥근 화분을 만들어 50개과 220종 2만4000여그루의 식물과 나무를 심었다. 동쪽 입구에서부터 서쪽 방향으로 가나다순으로 좌우로 배치된 구조 덕분에 ‘살아 있는 식물도감’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개장 첫날부터 보행로가 좁다, 그늘막이 없다,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등 이런저런 불만이 나왔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귀에 쏙 들어오지 않는 이름도 마찬가지다. 세상의 이치가 그렇듯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게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사람들이 찾고 싶은 곳으로 만들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서울시는 서울로7017이 도심을 되살리는 계기가 되길 바라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야기가 있는 길이 돼야 하지 않을까. 7017은 개발의 과거에서 소통과 창의의 미래로 가는 길이 돼야 한다. 기존의 가치 위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야만 길에 활력이 생기고 소통이 가능하다. 그게 서울시가 앞으로 할 일이다.
“원래 땅 위에는 길이 없다. 걸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게 곧 길이 되는 것이다.” 중국 사상가 루쉰의 말처럼 길은 사람의 흔적의 결과물이다. 서울로7017이 서울의 새 명물이 될지는 시민들의 발걸음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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