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공공의 적’이 됐다. 트럼프 결정 뒤에는 백악관 수석전략가 스티븐 배넌이 있었다. 트럼프 당선의 일등공신 배넌은 ‘트럼프의 브레인’으로 통한다. 미 언론은 이번 결정을 ‘배넌의 승리, 이방카의 패배’로 해석한다. 대통령의 브레인과 대통령 딸 사이의 백악관 내 힘겨루기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심거리 중 하나였다. 출범 넉달 보름이 지난 현재 배넌이 트럼프에게 한 발 더 다가간 것으로 보인다.
배넌을 향한 트럼프의 애정은 남다르다. 트럼프는 배넌을 위해 백악관에 없던 자리를 만들었다. 바로 수석전략가다. 대통령과 중요 현안이나 장기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다. 비서실장에 맞먹는 지위다. 트럼프가 배넌을 신뢰하는 사례는 더 있다. 비록 나중에 없던 일로 했지만 합참의장과 국가정보국장을 빼고 수석전략가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으로 임명한 것이다. 트럼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 등도 배넌의 머리에서 나왔다.
미국 원로 저널리스트 빌 모이어스는 두 사람 관계를 이렇게 묘사했다. “트럼프는 연극하고 배넌은 정책을 만든다. 배넌이 행정명령을 작성하면 트럼프는 서명한다.” 배넌을 ‘위대한 조종자’라고 한 지난 2월 시사주간 타임의 표지나, ‘배넌이 미국 대통령이다’라고 한 지난 2일 MSNBC <모닝 조> 진행자 조 스카버러의 언급은 빈말이 아닌 셈이다.
그동안 미 대통령 최측근들이 가진 직함은 대개 선임고문이었다. 역대 면면을 보면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초대 선임 고문은 람 이매뉴얼.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이 영입했던 그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초대 비서실장을 거쳐 지금 시카고시장으로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도운 칼 로브는 6년8개월 동안 그 자리를 지켰다. 밸러리 재럿은 오바마 대통령 8년의 임기를 함께했다. 트럼프는 이방카의 남편 재러드 쿠슈너와 스티븐 밀러 두 명을 두고 있다. 파리협정 탈퇴는 배넌이 여전히 영향력이 있음을 다시 확인해주었다. 하지만 백악관 참모 간의 역학관계는 상황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다. 트럼프의 팔이 언제 안으로 굽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무기가 쓴 칼럼 > 여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적]백악관 녹음테이프(170610) (0) | 2017.06.12 |
---|---|
[여적]대통령의 사과(170607) (0) | 2017.06.07 |
[여적]메르켈의 딜레마(170531) (0) | 2017.05.31 |
[여적]서울로7017(170522) (0) | 2017.05.22 |
[여적]사이버 냉전(170517) (0) | 2017.05.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