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라크 침공을 원하지 않았다.” “나는 (시사주간) 타임 표지로 14번 또는 15번 나왔다. 타임 역사상 전대미문의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다음날인 지난 1월21일에 한 말이다. 둘 다 명백한 거짓말이다. 트럼프는 이라크 침공을 찬성했다. 트럼프가 타임 표지에 나온 횟수는 11번이며, 가장 많이 표지에 등장한 인물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다. 닉슨은 55차례나 타임 표지를 장식했다.
‘트럼프는 입만 열면 거짓말한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뉴욕타임스가 그의 거짓말 목록을 지난 23일 공개했다. 취임 첫날부터 지난 22일까지 총 154일을 분석했다. 거짓말을 한 날은 114일이다. 4일 중 3일은 거짓말을 한 셈이다. 특히 취임 당일부터 2월 말까지 40일 연속 거짓말을 했다. 신문은 거짓말을 ‘명백한 거짓말(lie)’과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falsehood)’로 구분했다. 명백한 거짓말을 한 날은 취임 다음날부터 53일을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트럼프가 한 거짓말 횟수는 모두 99건이다.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을 한 날은 취임 당일을 시작으로 61일이나 된다.
거짓말을 하지 않은 날은 40일이다. 이유가 있다. 주로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트위터 글쓰기를 하지 않거나, 자기 소유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휴가를 보내거나, 골프 치는 날이다. 거짓말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거짓말하지 않은 최장 기록은 5월에 세웠는데, 총 17일이었다. 트럼프가 매우 바빴던 시기다. 그의 대선 캠프의 러시아 내통 의혹인 ‘러시아 게이트’가 본격적으로 터졌고, 첫 해외순방(20~27일) 일정이 있었다. 특히 15일부터 20일 사이에는 거짓말을 한 건도 하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15일)와 뉴욕타임스(16일)가 연속으로 ‘러시아 게이트’ 연루 관련 특종을 터트리자 대책회의에 몰두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업가 기질 탓인지 트럼프의 말에는 근거 없는 주장이 많다.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는 언론 보도는 ‘가짜뉴스’라고 깎아내린다. 이 때문에 그의 주장을 어떻게 보도할 것인가가 미국 언론들의 고민이었다. 뉴욕타임스 분석은 이 같은 논란에 쐐기를 박는, 의미 있는 일이다. 트럼프의 말을 검증하는 일은 언론의 기본 역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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