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억살 지구에 생명체가 등장한 때는 35억년 전이다. 지구는 그동안 생명체의 4분의 3 이상이 사라지는 5차례의 대량멸종을 겪었다. 1차 멸종은 4억5000만년 전이다. 당시 생명체들은 바닷속에 살았는데, 85%가 사라졌다. 가장 최근의 5차는 6600만년 전에 일어났다. 소행성 충돌·화산 폭발·기후변화가 원인이었다. 이때 공룡을 비롯한 지구의 생명체 76%가 사라졌다. 이는 인류를 포함한 포유류가 등장한 계기가 됐다. 가장 가혹했던 때는 생명체의 96%가 멸절한 3차였다. 2억5000만년 전이었다. 지질학적으로 페름기 때 일어나 ‘페름기 대멸종’으로 불린다.
지금 ‘6차 대량멸종’이 진행 중이라는 주장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과 멕시코 과학자들의 연구결과도 그중 하나다.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실은 논문에서 이들은 6차 대량멸종이 생각보다 심각하게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다양한 생물종의 멸절을 근거로 들었다. 육상 척추동물 2만7600종 가운데 3분의 1의 개체수가 급감하고, 육식 포유류 177종의 80%가 1900~2015년 줄어들었다고 했다.
2015년에는 1500년 이후 척추동물 320종 이상이 멸종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척추동물의 멸종이 지난 세기보다 향후 800~1만년 100배 이상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2016년에는 몸집이 큰 어류가 작은 것보다 먼저 사라져 해양생태계에 심각한 교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보고도 있었다. 종다양성 파괴는 대량멸종의 중대한 신호다.
6차 대량멸종이 이전의 5대 대량멸종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인간이 주범이라는 사실이다. 인간이 환경을 악화시킨 결과라는 것이다.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네덜란드 대기화학자 파울 크러천은 2000년 ‘인간세’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18세기 말 산업혁명 이후 인간 활동이 지질학과 생태학에 미친 영향을 감안하면 지질연대상으로 그렇게 불러야 한다고 했다. 인간 활동에 따른 종다양성 파괴나 기후변화는 외면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이다. 다행이라면 분명한 원인을 알기에 대처법도 안다는 점일 게다. 6500만년 전 영문도 모른 채 사라진 공룡보다는 상황이 훨씬 낫다. 설마, 인간이 알고도 모른 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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