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돈세탁 수사였다. 2014년 3월 중순, 브라질 경찰은 수도 브라질리아의 한 주유소가 돈세탁 장소임을 포착했다. 연루된 범죄조직의 두목을 조사한 결과 그가 브라질 국영에너지기업 페트로브라스 간부로부터 차량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사건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페트로브라스 간부들이 계약을 대가로 건설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브라질 검찰은 최대 부정부패 척결운동에 돌입했다. 바로 ‘세차 작전’이다. 이 작전은 ‘브라질 대통령들의 무덤’이 됐다. 지우마 호세프 당시 대통령은 ‘정부회계조작사건’으로 지난해 8월 말 탄핵됐다. 후임 미셰우 테메르 현 대통령은 탄핵 위기에 처해 있다. 세계 최대 육류가공회사 JBS 전 회장으로부터 15만달러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검찰에 기소됐기 때문이다.
그게 끝이 아니다. 내년 대선후보 가운데 선두를 달리고 있던 룰라 전 대통령마저 12일 부패 및 돈세탁 혐의로 9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형 건설업체 OAS로부터 아파트와 110만달러의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다. 이는 룰라가 기소된 5개 사건의 하나다. 룰라는 2015년 3월부터 부패 의혹을 받아왔다. 당시 호세프 대통령은 그의 기소를 막기 위해 이듬해 3월 면책특권이 있는 비서실장에 임명하는 편법을 썼다. 패착이었다. 룰라 임명은 연방대법원의 반대로 무산되고, 호세프는 탄핵 후폭풍을 맞았다. 룰라도 부패 혐의로 기소됐다. 룰라는 집권 1기 때인 2005년에도 부패 문제로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집권 노동자당 관계자들의 뇌물 및 불법 선거자금 수수 사건이다. 직접 연루되지는 않았지만 하늘 높은 줄 모르던 그의 인기는 떨어졌다. 결국 그해 말 대선에서 결선투표 끝에 재선에 성공했다.
룰라의 형이 확정되면 내년 대선 출마 꿈은 좌절된다. ‘노동자 대통령’이라는 그의 신화도 사라질 수 있다. 4번의 도전 끝에 대통령이 된 룰라는 집권 8년 동안 빈곤층 생계비 지원 프로그램인 ‘볼사 파밀리아’로 대표되는 복지정책으로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브라질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퇴임 때 그의 지지율은 80%였다. 하지만 노동자 대통령도 부패 정치인이 되는 순간 설 자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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