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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칼럼/여적

[여적]트럼프의 '셀프 사면'(170724)

대통령의 고유권한 가운데 하나가 사면이다. 형벌권 전부 또는 일부를 없애는 것으로, 특정 죄에 대해 실시하는 ‘일반사면’과 특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사면’이 있다. 최근 청와대는 광복절 특사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이 취임하면 으레 광복절 특사가 있었기에 혹시나 기대했던 사람들은 실망했을 법하다.


미국의 경우 사면은 초대 조지 워싱턴 대통령 때부터 있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2명만 사면권을 한 번도 행사하지 않았다. 취임 한 달 만에 폐렴으로 사망한 9대 윌리엄 헨리 해리슨과 취임 4개월 때 총에 맞아 두 달 뒤 사망한 20대 제임스 가필드다. 칠면조도 ‘사면혜택’을 누린다. 대통령이 백악관 추수감사절 기념행사로 칠면조를 살려주는 특별사면을 명령하는 것이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1987년 처음 시작했고, 후임 조지 HW 부시 대통령 취임 이후 연례행사가 됐다.


대통령은 자신에게 사면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 이른바 ‘셀프 사면’ 논란이다. ‘러시아 게이트’로 궁지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가 22일 트위터에 올린 글이 발단이 됐다. “대통령은 완전한 사면권을 가지고 있다고 모두가 동의한다.” 언론과 헌법학자들은 트윗 가운데 ‘완전한’이라는 단어에 주목했다. 트럼프가 셀프 사면을 대통령의 사면권으로 여기고 있다는 증거로 보기 때문이다. 미 헌법에는 대통령이 자신을 사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규정이 없다. 역대 대통령 어느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원의 판례도 없다. 셀프 사면은 완전 미지의 영역인 것이다.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사법방해와 권력남용으로 기소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고려해본 적은 있지만 행사하지는 않았다. 탄핵 직전 사임한 닉슨을 후임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한 달 만에 사면했다.


트럼프는 셀프 사면을 러시아 게이트 수렁에서 빠져나올 정치적 묘책으로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셀프 사면은 미국을 정치적 혼돈 속으로 빠져들게 할 수도 있다. 또한 트럼프 자신을 세계의 웃음거리로 만들 수도 있다. 트럼프는 취임 6개월 동안 한 명도 사면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자신을 1호 사면의 주인공으로 만드는 것만큼 우스꽝스러운 일도 없을 터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행동은 예측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