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백악관 진용 중 주목을 덜 받은 이가 스티븐 밀러 선임정책고문(32)이다. 트럼프의 딸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당선의 1등 공신 스티브 배넌에 비하면 밀러의 이력은 상대적으로 초라했다. 게다가 나이까지 어리다. 공화당의 거물 정치인 존 매케인조차 당시 “서른한 살이라고?”라며 언론에 투덜댈 정도였다. 하지만 트럼프 집권 10개월 만에 그는 트럼프의 오른팔로 성장했다. 당초 그 자리의 주인은 배넌이었다. 배넌이 지난 8월 백악관 내 권력투쟁에 밀려 떠나자 그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30대 초반에 국내외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인물이 된 것이다. 켈리앤 콘웨이 고문은 백악관 내 그의 영향력에 대해 “우리끼리 보험을 들라면 밀러에게 줄을 대야 한다는 농담을 하곤 한다”고 했다.
트럼프와는 지난해 1월 대선캠프에 합류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하지만 고교 시절부터 극우 성향으로 주목받았다. 듀크대 재학 시절 한 사건은 그를 전국적 인사로 만들었다. 한 흑인 여학생이 백인 라크로스 선수 3명에게 성폭행당한 일이 발생하자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그는 보수 매체 폭스뉴스에 나와 선수들을 두둔했다. 결국 사건은 여학생이 무고를 한 것으로 뒤집히고 검사는 옷을 벗었다. 보수 진영의 유명인사가 된 그는 대졸 후 당시 공화당 상원의원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과 극우 매체 브레이트바트를 만든 배넌을 만나면서 공화당의 정책브레인으로 거듭난다. 트럼프의 공화당 전당대회 연설문과 취임 연설문을 쓴 그는 ‘트럼프의 복심’으로 불린다. 특히 배넌과 함께 트럼프의 강경 이민정책을 입안하는 데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백악관 입성 10개월 만에 밀러가 위기에 몰렸다. 미 언론들은 최근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이 밀러를 소환 조사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게이트’ 연루설 때문이다. 지난 5월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해임 과정에서 그의 역할과 이미 기소된 조지 파파도풀로스 전 대선캠프 고문이 지난해 봄 밀러를 만나 트럼프 후보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만남을 추진하겠다고 한 제안과 관련한 조사였다. 뮬러 특검의 칼날은 이미 백악관을 정조준하고 있다. 그가 뮬러의 칼날을 피할 수 있을까. 조찬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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