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0.75%로 0.5%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국내 기준금리가 사실상 0%대에 들어간 것은 초유의 일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한은에 앞서 15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사실상 제로 수준인 0~0.25%로 1%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미 연준은 금리 인하와 동시에 유동성 공급을 위해 7000억달러 규모의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하는 대규모 양적완화 조치도 단행했다. 일본 등 세계 각국도 잇따라 같은 조치를 취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경제위기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못지않다는 데 전 세계가 동의하고 있는 것이다.
미 연준과 한은의 조치를 보면 상황의 급박성이 느껴진다. 문제는 상황이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로도 불안심리를 잠재울 수 없을 만큼 엄중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연준의 조치 후 미 뉴욕 증시의 S&P500 선물지수는 5% 하락했다. 국내 증시도 3% 이상 폭락하고, 원·달러 환율도 4년여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로나19가 만연하던 지난 1~2월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산업생산 증가율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뒤늦게 코로나19가 퍼지고 있는 미국과 유럽 역시 중국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얘기다. 벌써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 5%를 기록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온다. 금융과 실물 경제의 복합적인 충격으로 세계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져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불안심리를 해소하기 위한 국제공조가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G7 및 G20 정상들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공조에 나서야 한다.
유례없는 경제위기에 가용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 대응해야 한다는 데 이의가 있을 수 없다. 미 연준도 제로금리와 양적완화 등 양대 정책 수단을 모두 활용했다. 정부와 금융당국도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 당장은 금리 인하 효과가 한계 상황에 직면한 가계와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돈이 부동산시장 등으로 흘러가게 해서는 안된다. 정부는 균형 재정에만 얽매이지 말고 과감하게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정치권도 적극 협조해야 한다.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둔 ‘코로나19 추경’의 규모를 늘리는 한편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집행되도록 해야 한다. 기업이 유동성 부족으로 쓰러지면 경제는 되돌릴 수 없는 국면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모든 경제주체가 뜻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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