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대선후보에 도전장을 던질 때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외친 것은 ‘백악관 입성’이 아니었다. ‘정치혁명’이었다. 샌더스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두 가지를 역설했다. 첫째는 진보 의제의 실현이었다. 전 국민 건강보험과 대학 무상교육, 시간당 최저임금 15달러와 같은 일찍이 미국인들이 보지 못한 공약을 내걸었다. 다음은 풀뿌리 정치인을 길러내는 일이었다. 비록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패함으로써 실험에 그쳤지만 샌더스의 외침은 이민자, 여성, 노동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그도 자신이 내세운 가치를 포기하지 않았다. 정치단체 ‘우리 혁명’을 만들었다. 젊은 유권자들을 교육해 각종 선거에서 진보 후보를 당선시키는 게 목표였다. 수많은 미국인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의 뜻을 이어받은 ‘샌더스 키즈’들도 탄생했다. 2018년 중간선거에서 당선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 등 여성 4인방이 그들이다.
2020년 대선 재도전에 나선 샌더스는 더 이상 ‘비주류’ 후보가 아니었다. 비현실적이라던 4년 전 공약은 ‘그린뉴딜’이 더해지면서 젊은 유권자의 마음을 강렬히 사로잡았다. 때마침 코로나19 사태로 공공의료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그의 전 국민 건강보험 공약은 빛을 발했다. 하지만 민주당원들은 또다시 진보적 가치보다 당선 가능성을 우선시했다. 샌더스의 주장은 ‘사회주의’로 치부됐고, 끝내 트럼프의 상대로 선택받지 못했다. 에이미 클로버샤, 피터 부티지지 등 경선을 포기한 후보들이 조 바이든 후보를 지지하면서 그의 경선 가도는 더욱 좁아졌다. 결국 아웃사이더에서 주류를 꿈꾼 샌더스는 지난 8일(현지시간) 경선 깃발을 내렸다.
샌더스는 두 번의 경선 드라마에서 끝내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민주당원이 아니면서 민주당 대선에 뛰어들어 후보 당선 직전까지 갔던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극적이었다. 드라마에는 주인공만 있는 것이 아니다. 샌더스의 도전은 실패했지만 그가 남긴 유산은 작지 않다. 샌더스도 “지난 5년 동안 우리의 운동이 이념 투쟁에서 승리했다는 걸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캠페인은 끝나지만 우리의 운동은 끝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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