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한 자금지원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WHO가 코로나19 대응이라는 기본 의무에 실패했다며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일단 WHO 활동을 평가하는 2~3개월 동안 자금지원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WHO 예산의 5분의 1 이상을 지원하는 미국의 자금지원이 없으면 코로나19 방역 활동에 차질이 빚어질 게 뻔하다. 트럼프의 결정은 코로나19 조기 극복을 위한 전 인류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트럼프는 WHO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중국으로부터 다른 나라로의 여행을 제한하는 조치에 반대한 것”을 들었다. WHO가 중국이 준 잘못된 정보에 따라 상황을 축소해 사태를 키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책임론’은 근거가 빈약하다. 중국은 코로나19가 우한에서 발병하자 신속한 봉쇄조치로 사태 확산을 막았다. 트럼프도 지난 1월 하순 이를 칭찬한 바 있다. WHO도 ‘물리적 거리 두기’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코로나19 확산 속도를 늦추는 데 기여했다. 반면 트럼프는 코로나19 확산에 안이하게 대응하다 미국이 확진자·사망자 세계 1위국이라는 오명을 쓰게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뒤늦게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을 WHO와 중국 탓으로 돌리는 것은 엉뚱한 곳에 화풀이하는 격이다. 오는 11월 대선을 의식한 행동이라는 비난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각국의 노력 덕분에 코로나19 사태는 정점을 지났다는 평을 받고 있다. WHO의 코로나 대응이 미덥지 않은 것은 맞지만 지금은 그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지적처럼 지금은 WHO에 대한 자금지원을 줄일 때가 아니라 늘려도 부족할 판이다. 미국의사협회도 “WHO 지원 삭감은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위험한 조치”라고 했다. 트럼프는 이들의 경고를 새겨들어야 한다. WHO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평가는 사태 종식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 자금지원 중단 결정을 하루빨리 철회해야 한다. 지금은 전 세계가 코로나19 방역에 온 힘을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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