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마지막 해고자 35명이 4일 오전 경기 평택공장으로 출근했다. 2009년 6월8일 정리해고된 지 약 10년11개월 만이다. 이날 출근한 해고자 중에는 사측의 정리해고에 맞서 77일간 파업을 주도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과 김득중 쌍용파 노조지부장 등이 포함됐다. 복직자들은 두 달간 교육을 거쳐 7월1일부터 현장에 배치된다. 당초 복직 대상자 47명 가운데 개인사정으로 휴직을 연장한 12명은 함께하지 못했지만 이로써 쌍용차 사태 해고자의 복직은 사실상 마무리됐다.
쌍용차 사태는 경영난을 이유로 ‘손 쉬운 해고’를 해온 경영 방식이 사회 전체에 얼마나 큰 해악을 끼치는지 일깨운 생생한 사례다. 2009년 세계 금융위기를 이유로 사측은 976명을 정리해고했다. 이 과정에서 한 전 위원장을 비롯해 64명이 파업 주도를 이유로 구속됐으며, 국가는 과잉진압 논란에 휘말렸다. 정리해고 후 쌍용차 노동자와 가족 3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병사했다. 파업 참가 노동자와 해고자 배우자의 절반이 각각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와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고는 살인’이라는 점을 실례로 입증한 것이다. 동시에 쌍용차 사태는 사회적 연대의 힘도 확실히 보여주었다. 사회단체 150여곳이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이날 복직자들이 회사 앞에서 연 고기파티는 그동안 연대의 손길을 보내준 이들을 위한 감사의 자리였다.
쌍용차 해고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복직자 앞에 놓인 쌍용차의 운명은 11년 전 해고 당시처럼 어둡다. 대주주인 인도의 마힌드라 그룹이 지난달 지원을 축소한다는 계획을 발표해 쌍용차를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 마힌드라는 적극적으로 약속한 투자를 실행에 옮겨야 한다. 정부도 쌍용차에 대한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을 주저해서는 안된다. 정부·회사가 노조 측에 제기한 100억원대의 손해배상도 슬기롭게 풀어야 한다. 하지만 쌍용차 사태에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해고노동자에 대한 사회안전망의 필요성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대량실업은 현실이 됐다. 지난달 자동차 수출액은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36.3%)으로 감소했다. 이런 양상은 다른 산업으로 확산되면서 대량실업을 부를 것이다. 경영난이 해고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 장치와 기업·노동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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