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결 임박설이 돌던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정(SMA) 협상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로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0일(현지시간) 한국이 제시한 ‘전년 대비 최소 13% 인상안’을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31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잠정 합의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으나 재가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양국 실무진이 협상해 장관들까지 승인한 잠정 합의안을 트럼프가 막판에 틀어버린 셈이다. SMA 협상 타결 기대감이 높았던 터라 트럼프의 몽니에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
지난달 31일 한국 협상 대표인 정은보 방위비분담금 협상 대사가 협상이 마지막 단계이며 막바지 조율을 하고 있다고 밝히고, 정부 관계자도 이르면 1일 협상 타결이 발표될 수 있다고 할 때만 해도 타결은 손에 잡히는 듯했다. 앞서 지난달 24일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코로나19 대응 협력을 위한 통화도 낙관론을 키웠다. 실제 양측이 1년 계약이 아니라 5년 다년계약에 합의했고, 분담금도 미국 측이 요구한 40억달러보다 대폭 낮춰졌다는 긍정적인 소식도 전해졌다. 하지만 그 후 ‘막판 진통’ 소식이 이어지면서 트럼프가 협상을 원점으로 돌렸다는 전망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한국 정부가 성급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양측 협상단이 합의한 내용을 트럼프가 거부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아무리 최종 결정권이 트럼프에게 있다 하더라도 합의안을 거부한 것은 책임 있는 국가 지도자의 행동이 아니다. 한국 측의 제안은 트럼프의 요구에 한참 부족하지만 지난해 인상분 8.2%에 비하면 크게 오른 액수다. 무엇보다도 거부 이유가 더 많은 분담금을 받아내기 위함이라면 동맹관계를 무시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깊은 유감을 표한다.
한국의 제안을 트럼프가 거부함에 따라 한·미 SMA 협상은 당분간 교착상태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정부로서는 낼 수 있는 최대 액수를 제시해 장관들 선에서 합의됐다가 파기됐으니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협상안을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방위비 협상이 늦어질수록 한·미 연합방위태세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달부터 무급휴직에 들어간 4000여명의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의 고통은 더욱 커질 것이다. 트럼프가 진정 한·미동맹을 생각한다면 신속하게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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