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CNN 등 미국 언론들이 지난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연일 계속되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책임론’ 공격이 중국에 대한 보복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 방안으로 중국의 ‘주권 면제’ 박탈을 통한 중국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제기를 비롯해 중국 채무 일부 무효화, 새로운 무역 정책 도출 등을 거론했다. CNN은 특히 이 조치들이 트럼프의 재선 캠페인 전략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지적해 향후 미·중 갈등이 더 고조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상황에서 협력하지는 못할망정 싸움을 키우려 한다니 우려스럽다.
트럼프의 대중국 공세는 빈말에 그치지 않을 것 같다. 트럼프는 이날 코로나19가 우한의 한 연구소에서 유래했다는 신빙성 있는 첩보를 받았다고 공개했다. 전날에는 정보당국에 중국의 은폐에 대해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코로나19 중국 책임론은 이미 합참의장과 정보당국조차 부인해온 사안이다. 트럼프가 대중 공세 수위를 높이는 것은 우선 중국 책임론이 그를 코로나19 대응 실패 책임론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뒤진 지지율을 만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다. 정치적인 이유로 중국 때리기에 나섰다는 의심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최초 발병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중국의 태도도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우려되는 것은 두 강대국의 갈등이 코로나19 이후 세계의 헤게모니를 둘러싼 싸움의 전초전이라는 점이다. 트럼프는 코로나 국면에서 중국이 의료지원과 같은 소프트파워를 이용해 영향력 확산을 꾀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주요 2개국(G2) 국가를 자임하는 미·중의 코로나19 갈등은 무책임하다. 코로나19 창궐로 세계 경제는 1분기에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는 더 깊은 나락으로 빠져들게 돼 있다. 각국의 노력에도 2차 대유행이 올 가능성은 높고, 그사이 인류는 공포 속에 불안한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미·중 충돌은 한반도뿐 아니라 전 세계 정세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미·중은 갈등 조장 행위를 멈추고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 두 국가가 다퉈야 할 것은 세계의 패권이 아니라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 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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