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충남 태안 마도 방파제에서 중국제 고무보트가 발견됐다. 앞서 지난 4, 5월 것까지 포함하면 한 달 보름 새 태안 해안 일대에서만 중국인 밀입국 보트 3척이 발견된 것이다. 그런데도 군경은 주민 신고 전까지 이들의 밀입국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더욱 기가 찬 것은 군이 지난 4, 5월 해안에서 발견된 밀입국 보트 2척을 감시 장비로 여러 차례 포착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다 보고도 밀입국 보트를 놓쳤다니 할 말이 없다.
지난 5일 합동참모본부의 조사 결과에서 드러난 해안 경계태세는 총체적 부실이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수 없다. 지난달 21일 태안 의항 방파제 갯바위에 도착한 레저보트는 이틀 전 중국 산둥성을 출발한 이후 군 당국의 감시 장비에 모두 13차례 포착됐다. 해안레이더 6회, 해안복합감시카메라 4회, 열상감시장비(TOD) 3회 등이다. 그러나 감시 장비 운용병들이 낚싯배 등으로 오판해 감시 및 추적 조치를 하지 않았다. 지난 4월20일 태안 의항 해수욕장 해변에서 발견된 고무보트도 해상레이더에 3차례 포착됐음에도 레이더 운용병이 이를 놓쳤다. 사건 발생 한참 뒤에 조사가 이뤄지면서 일부 영상은 저장기간이 지나 자동 삭제됐고, TOD는 해당 보트가 찍혔을 것으로 추정되는 약 5시간 동안 부품 고장으로 아예 녹화조차 되지 않았다. 해경은 발견 당시 밀입국 보트를 수산물 절도범의 것으로 추정해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관계 당국에도 늦게 통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식별 선박을 포착하고도 초동 감시와 추적에 실패하고, 발견 신고를 접하고도 늑장 대응을 한 것이다. 무방비로 당한 군경의 해안경비 태세에 시민들이 불안해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태로 중국인들의 새로운 밀입국 루트가 드러났다.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인들의 한국 입국 길이 막히자 해상을 통한 밀입국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현지에서는 밀입국자를 모집하는 조직까지 있다고 한다. 중국 당국과 협력해 사전에 밀입국자를 차단해야 한다. 합참은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경계에 실패한 부대를 징계한다고 밝혔다. 군과 해경은 1년 전 동해를 거쳐 삼척항까지 들어와 귀순한 북한의 소형 목선을 전혀 식별하지 못해 뭇매를 맞았다. 대공 용의점이 없다고 안도할 상황이 아니다. 군경은 경계실패에 대해 철저히 조사한 뒤 빈틈없는 해상 감시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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