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전격 폭파했다. 조선중앙TV는 이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완전 파괴하는 조치를 이행했다”고 폭파 사실을 확인했다. 이로써 2018년 4월27일 남북 정상 간 합의에 따라 문을 연 사무소는 1년9개월 만에 사라졌다. 일방 철거는 엄연히 남북 합의 위반이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소통과 협력으로 문제를 풀자고 한 지 불과 하루 만이다. 청와대가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고 “북측이 상황을 악화시키는 조치를 취할 경우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힌 것은 당연하다.
이날 폭파는 북한이 최근 밝힌 대남 적대선언을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음을 뜻한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13일 담화에서 “머지않아 쓸모없는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한 지 사흘 만에 실행에 옮겼다. 앞서 인민군 총참모부는 이날 남북 합의로 비무장된 지역에 군대를 투입할 가능성을 예고했다. 북한의 공세가 계속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북한이 언급한 군대 파견 비무장화 지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지역인 것으로 보인다. 또 지상·해상·공중 완충 구역 내 군사 활동 재개와 공동경비구역(JSA) 근무병 총기 휴대, 철거된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복구도 거론된다.
만일 북한이 예고한 대로 개성공단 지역에 군대가 재배치된다면 이는 남북관계의 결정적인 퇴조가 될 것이다. 과거 2003년 12월 개성공단 착공 전까지 개성과 판문읍 인근 지역에는 북한의 전차와 자주포, 방사포로 무장한 사단과 포병여단이 주둔했다. 금강산 지역에도 관광특구가 되기 전 잠수정과 전차, 방사포 기지가 있었다. 이 때문에 개성과 금강산 지역에서 군대를 빼내 평화지대로 만드는 과정에서 북한 군부가 크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금강산 지역이 다시 요새화하면 완충지대가 사라져 전방 지역 긴장 고조는 불 보듯 뻔하다. 남북 협력의 상징인 개성과 금강산을 다시 첨예한 군사 대결의 장으로 되돌려서는 안 된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9·19 군사합의 파기다. 이 군사합의는 남북 정상이 세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한 한반도 평화와 긴장 완화의 가장 중요한 장치다. 그동안 이 합의는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군사합의 파기는 남북이 어렵게 이룬 합의와 신뢰를 하루아침에 물거품으로 만들 뿐 아니라 남북을 대결시대로 회귀시킨다. 북한이 군사합의를 파기해서는 절대 안 되는 이유이다.
북한이 강경 행동에 나선 것은 대북 제재에 코로나19 창궐까지 겹치면서 전에 없는 경제난에 봉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서는 북·미 하노이 핵 담판 실패 후 높아진 내부 불만에 대해 단속을 강화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11월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움직이려는 ‘벼랑 끝 전술’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이런 식의 행동은 북한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의 모험적 행동은 한·미 양국의 운신을 더 어렵게 할 뿐이다. 북한은 추가 행동을 멈춰야 한다. 정부도 북한의 돌발적인 군사행동에 대비해 대북 감시·대비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 상황을 냉철하게 관리하면서 북한을 다시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일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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