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문재인 대통령 비방 대남 전단을 공개하며 살포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노동당 통일전선부는 21일 ‘삐라(전단) 살포’에 대해 “이미 다 깨어져 나간 북남관계를 놓고 우리의 계획을 고려하거나 변경할 의사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전날 조선중앙통신은 대량으로 대남 전단을 제작, 살포할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며 전단 내용을 공개했다. 지난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 파괴와 금강산·개성지역에 대한 화력부대 배치에 이어 대남 전단 살포 공세를 행동에 옮기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까지 나서 남북합의를 준수하겠다며 대북 전단 살포를 막으려는 노력을 외면한 채 공세로 일관하는 북한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이 전단을 살포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상호 비방 전단을 살포하지 않기로 한 판문점선언을 남측이 먼저 어겼으니 되돌려주겠다는 것이다. 또 남북 합의가 이미 깨졌기 때문에 지킬 게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전단 살포는 여러모로 부적절하다. 북한이 공개한 전단의 수준은 경악할 정도이다. 문 대통령의 사진 위에 담배꽁초와 담뱃재, 머리카락 등을 뿌려놓고, ‘다 잡수셨네…북남합의서까지’라고 썼다. 단연코 이런 저급한 전단으로 얻을 수 있는 선전·선동 효과는 없다. 전단이 남측 집권세력을 흠집 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대단한 오산이다. 오히려 남측 주민들에게 혐오감만 주고 대북 여론을 악화시키는 역효과를 낼 것이 틀림없다.
전단 살포 시 무엇보다도 우려되는 것은 우발적 충돌 위험이다. 북한은 전단 살포 주민과 인민군 보호를 위해 무장 병력을 접경지대로 진입시킬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해상에서 선박을 이용해 전단을 살포할 경우에는 해류에 의해 의도치 않게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근접할 수도 있다. 남북은 2014년 10월 한 탈북자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로 조준사격과 대응사격을 한 전례가 있다. 지금같이 민감한 상황에서 우발적 충돌은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위험천만한 상황을 낳을 수 있다. 북측은 그동안 격한 대남공세를 통해 메시지를 충분히 전한 만큼 전단 살포를 자제해야 한다.
남측 내 탈북자 단체들의 전단 살포 행위도 중지돼야 한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25일 전후로 대북 전단을 살포하겠다고 고집하고 있다. 다른 탈북단체가 대북 쌀 페트병 보내기 행사를 보류했듯 전단 살포 계획도 마땅히 취소해야 한다. 정부도 대북 전단 살포를 막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북한이 전단 살포를 ‘남북 충돌의 도화선’이라고 한 점을 남북 모두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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