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6월 집단 식중독이 발생한 경기 안산시 A사립유치원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를 12일 발표했다. 식재료 보관 냉장고의 온도가 기준보다 10도 이상 높았던 점 등 유치원이 식재료를 부실하게 관리한 정황은 확인됐다. 하지만 식중독과 감염의 정확한 경로는 규명하지 못했다. 이 사건은 식중독으로 유치원생 69명 등 71명이 장출혈성대장균에 감염되고 그중 17명은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HUS) 진단을 받고, 일부 어린이는 투석치료까지 받는 등 사안이 심각했다. 아무리 해당 유치원이 규정을 위반하고 조사에 비협조적이었다고 해도 실망스러운 조사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문제의 핵심은 보존식에 대한 관리 부실이다. 보존식은 50명 이상 집단급식시설에서 식중독 발생 등에 대비해 의무적으로 144시간(6일) 동안 보관해야 하는 식재료다. 하지만 원생수가 200명에 이르는 A유치원은 이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심지어 원장은 이런 규정이 있는지조차 몰랐다고 대답했다. A유치원은 식재료 거래내역을 허위로 작성하고, 조사 전 내부 소독을 하는 등 조사를 방해하기까지 했다. 그동안 관리감독에 소홀한 해당 교육청의 책임도 결코 작지 않다. 문제는 보존식 보관 위반이 A유치원만의 일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정부가 지난달 전국 유치원·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전수점검을 벌인 결과 72건이 적발됐다. 50인 미만의 경우 10곳 중 8곳꼴로 보존식을 보관하지 않았다. 보존식 보관 의무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서 집단 식중독이 발생한다면 원인 규명은 오리무중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50인 미만 유치원·어린이집에도 보존식 보관 의무를 확대하는 대책을 내놨다. 보존식을 보관하지 않거나 폐기·훼손한 경우 과태료를 대폭 올리고, 보존식을 폐기하거나 식중독 원인 조사를 고의로 방해하는 경우 처벌하기로 했다. 당연한 조치다. 이번 식중독 사건은 규정이 있어도 지키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다. 유치원들이 규정을 지키지 않을 수 없도록 더욱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 정부는 유치원은 연 2회, 어린이집에 대해서는 연 1회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 1~2차례 전수조사만으로 여름철 만연하는 식중독 사고를 막을 수 없다. 수시 점검을 병행해야 한다. 부모가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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