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일 임진강 수계 황강댐을 최근 무단 방류한 북측에 유감을 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군남댐을 방문, “북측에서 황강댐 방류 사실을 미리 알려주면 군남댐 수량 관리에 큰 도움이 될 텐데 그게 아쉽게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최소한 우리 측에 (방류조치를) 사전통보를 했어야 한다”고 했고,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또한 “북한의 통보 없는 댐 방류로 생명과 안전이 위험에 처하는 상황이 발생됐다”고 말했다. 남측에 피해를 줄 뿐 아니라 방류 시 사전통보하기로 한 남북 간 합의의 명백한 위반이기 때문에 정부의 북한에 대한 유감 표명은 당연하다.
군사분계선 북측으로 40여㎞ 떨어진 황강댐은 저수용량이 3억5000만t인 발전용 댐이다. 북측은 2009년 10월 황강댐 방류 시 남측에 사전통보하기로 합의했다. 그 해 9월 북측이 예고 없이 황강댐 물을 내보내 경기 연천에서 주민 6명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러나 북측은 합의 후 이듬해 7월 집중호우 때를 비롯해 세 차례 지켰을뿐, 2013년 이후에는 단 한 차례도 사전에 방류를 통보하지 않았다. 북측이 황강댐 수문을 예고 없이 열면 남측은 당할 수밖에 없다. 실제 이 지역 주민들은 집중호우에 황강댐 무단 방류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북측의 무단 방류에 대비해 군남댐을 세웠지만 저수용량이 황강댐의 5분의 1인 7000만t에 불과하다.
자연재해는 정치·군사 문제와 무관한 인도주의적 사안이다. 또 국제하천에서 댐 방류 등을 사전통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무리 남북관계가 경색됐다 해도 자연재해와 같은 비정치적, 인도주의적 분야에서는 소통·협력할 필요가 있다. 최근 코로나19나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 등 남북 간 협력해야 할 사안이 많아지고 있다. 이 장관은 이날 재해·재난 분야의 남북 간 소통 재개 필요성을 강조하며 북측에 “과감하고 통 큰 결단”을 촉구했다.
재해·재난뿐 아니라 감염병과 보건의료 분야에서 협력을 늘려간다면 경색된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정부는 이날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열어 세계식량계획(WFP)의 북한 영유아·여성 지원 사업에 1000만달러를 지원하는 안을 의결했다. 또 비무장지대(DMZ) 내 철거된 감시초소 등을 활용한 DMZ 평화통일문화공간 조성 사업안도 의결했다. 그러나 이런 지원과 협력도 댐 방류를 사전통보하는 등 협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북측의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한다. 앞으로도 비가 계속 내린다니 북측은 우선 황강댐 방류 시 사전통보하기로 한 합의를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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