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군사관후보생(ROTC)은 대학 3·4학년 때 군사교육을 받고 졸업과 동시에 장교로 임관하는 제도다. 사관학교 출신으로만 초급 지휘관을 다 채우기 어려운 데 따라 도입한 것이다. 1961년 6월 서울대를 비롯한 16개 대학에서 창설, 1963년 2월 2642명의 장교를 처음 배출했다. 올해에는 117개 대학에서 4100여명이 소위로 임관해 육·해·공군·해병대에서 복무 중이다. 전체 장교 임관자(약 8200명)의 절반이다. 여성 출신은 2013년에 처음 나왔다. ROTC중앙회 소속 회원이 22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초창기 ROTC는 등록금 없이 대학을 다닐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각광받았다. 전역 후엔 기업체 취직 등에서 이점이 있었다. 병사를 지휘하면서 몸에 밴 책임감과 관리 능력을 인정받은 덕분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과거에 비해 특전이 줄어든 데다 병사(18개월)에 비해 상대적으로 복무기간(육군 28개월)이 길어서다. 국방부는 ROTC 지원율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후보생 단기복무장려금을 지난해보다 100만원 올려 300만원으로 인상한 것도 그중 하나이다.
군 전체 장교 중 ROTC 출신은 33%를 차지하지만 장성 비율은 매우 낮다. 준장 진급자를 포함해 36명에 불과하다. ROTC 출신자들에게 장군은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인 셈이다. 장기복무 비율이 낮기도 하지만(임관 기준 13%) 사관학교 출신이 장악한 군 풍토도 무시할 수 없다. 육군 장성 진급자의 약 80%가 육사 출신이다. ROTC 1기는 장군 10명을 배출했고, 이 중 박세환 2군사령관이 4성장군의 길을 열었다. 군 서열 1위 합참의장은 2기인 김진호 대장의 몫이었다. 20년 후 두 번째 합참의장이 탄생했지만 그 또한 육군참모총장은 지내지 못했다. 육군의 인사권을 쥔 육군총장은 1∼18대는 군사영어학교 및 일본군 출신이, 그 후 19~48대(현재)는 육사 출신이 독식했다.
ROTC 장교 배출 57년 만에 그 견고한 벽이 깨졌다. 23기인 남영신 지상작전사령관이 49대 육군총장에 내정됐다. 남 총장 기용이 ‘육사 독식’ 구조를 깨고 다양한 출신의 장교들이 선의의 경쟁을 하는 촉진제로 작용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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