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발병 후 치료제로 가장 주목받은 것이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렘데시비르다.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3월 중순 팬데믹을 선언한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의 선물’이라고 해 관심을 끌었다. 그 후 너도나도 이 약을 구하려는 바람에 품귀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5월에는 트럼프 스스로 이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 식품의약국(FDA)은 코로나19 치료에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자 지난 6월 사용 승인을 취소했다.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도 코로나19 초기부터 ‘기적의 치료제’로 주목받았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 계열 감염병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WHO는 지난 3월 중순 렘데시비르 효과에 대한 실험 계획을 밝혔다. 세계의 여러 기관들도 별도의 실험에 돌입했다. 지난 4월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가 치료 기간을 3분의 1가량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렘데시비르 실험 결과를 발표하자 치료제로서의 기대감이 높아졌다. 미 FDA와 유럽의약청(EMA)이 사용 승인을 하면서 미국·EU·인도·싱가포르·일본·호주 등에서 사용 중이다. 한국 환자 600여명도 이 약을 투여받았다. 특히 이달 초 코로나19에 걸린 트럼프가 이 약을 복용하면서 다시 한번 관심을 끌었다.
WHO가 지난 3~10월 30개국 1만여명에게 한 실험에서 렘데시비르가 환자 치료에 거의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직 ‘동료 검토(Peer Review)’ 절차가 남아 있지만 렘데시비르 맹신자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정치적 목적으로 과학적 근거 없이 기대만 부추긴 트럼프의 책임이 크다. 트럼프에 휘둘려 사용 승인을 내준 FDA도 면피할 수 없다. ‘감염병 대통령’으로 불리는 앤서니 파우치 NIAID 소장은 당시 렘데시비르는 ‘기적의 치료제’가 아니라고 경고한 바 있다. 렘데시비르 맹신이 주는 교훈은 백신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파우치 박사는 내년 4월에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일반인이 접종하려면 2022년이나 돼야 한다고 했다. 조기 백신 개발에 대한 섣부른 기대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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