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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기사/경향신문 사설

[사설] 포천 군부대 장병 36명 집단감염, 군내 확산 철저히 차단해야 (201006)

경기 포천에 있는 한 육군 부대에서 지난 4~5일 코로나19 확진자가 36명 발생했다. 지난 4일 해당 부대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자 병력 이동을 통제하고 전 부대원 등 230여명을 대상으로 전수검사를 실시한 결과 병사 33명과 간부 3명 등 총 36명이 감염자로 확인됐다. 전체 부대원의 약 15%가 감염된 셈이다. 지난 2월 군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규모가 가장 클 뿐 아니라 같은 기간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137명에 비해도 엄청난 규모이다. 군과 방역 당국은 부대 근무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감염 확산을 조기에 차단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이번 군부대 집단감염의 경로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군부대 내 코로나19 감염은 주로 휴가자·외출자나 외부인에 의해 이뤄졌다. 그런데 이번 집단감염은 지난달 28일 정부의 ‘추석 특별방역기간’ 선포에 따라 국방부가 오는 11일까지 병사들의 휴가와 외출을 제한한 상황에서 발생했다. 육군에 따르면 9월 이후 이 부대에서 휴가를 가거나 외출한 병사는 한 명도 없다고 한다. 부대를 출입한 민간인 중에도 감염자가 없다. 확진된 간부 중 1명이 지난달 말 서울에 다녀온 것이 유일한 외출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군은 해당 부대원 전원을 1인 격리하는 한편 포천 지역 내 모든 부대에 대해 외출 통제령을 내리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감염 경로를 신속하게 밝히는 것이 급선무다. 군과 방역 당국은 무증상 감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역학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만약 휴가자·외출자에 대한 관리 부실이 원인이라면 책임자 문책은 물론 휴가·외출자 관리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

 

온 국민이 코로나19 재확산 방지에 노력한 덕분에 신규 확진자는 5일째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군부대 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5일 기준 148명으로 전체의 0.6%에 불과하다. 이번 집단감염은 군 당국이 코로나19 대응에 긴장의 끈을 결코 놓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군부대가 코로나19에 뚫려 안보가 위협받는 상황이 벌어져서는 절대 안 된다. 방역당국은 병영 생활을 하는 군의 특수성을 감안해 집단감염 원인을 밝혀내고 군내 확산을 차단해야 한다. 군 당국도 코로나19 대응 체계를 전반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 그래야 부모들이 안심하고 자녀를 군에 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