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자신의 대외정책을 이끌어갈 외교안보팀 인선 내용을 23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외교 사령탑인 국무장관에는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을 지명했다. 안보 사령탑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는 제이크 설리번 전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을 내정했다. 바이든 당선자는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인물들을 대외정책 책임자에 기용함으로써 국제사회에 동맹 강화와 다자주의 복원이라는 강한 신호를 보낸 것이다. 이처럼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이끌 외교안보 사령탑이 정해짐에 따라 한국 정부도 본격적으로 이들과 소통·대응할 필요성이 커졌다.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는 빌 클린턴·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민주당의 대외정책을 담당해온 인사다. 그는 대외정책에서 미국의 리더십과 관여, 동맹과 국제조약·기구의 역할을 중시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탈피를 무리 없이 실현할 적임자로 꼽혀왔다. 설리번 내정자 또한 43세의 젊은 나이지만 상원 외교위원회와 국무부에서 바이든과 힐러리 클린턴 등을 도와 미국 외교의 일익을 담당해왔다. 이들이 이끌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협상 태도가 트럼프와 다를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두 사람은 과거 강연과 인터뷰 등을 통해 트럼프의 톱다운식 북핵 접근법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의 북핵 해법은 단계적 접근, 지속적 외교, 협상을 위한 대북 제재 강화, 주변국과의 공조로 요약된다. 특히 두 사람은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핵합의(JCPOA) 모델을 북한의 비핵화 해법으로 강조했는데, 이란의 핵무기 개발 억제와 국제 사찰을 대가로 경제제재를 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모델에 따라 향후 북핵 협상도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 동결을 우선 추진한 다음 단계적 핵시설 폐기와 경제제재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다.
트럼프의 톱다운식 접근 방식에 맞춰진 정부의 대북 정책은 조정이 불가피하다. 어떤 경우에든 한·미 간 소통을 통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북·미관계 정상화를 향해 전진하도록 해야 한다. 당장은 북핵 해결이 후순위 과제로 밀려나지 않도록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내년 1월20일 바이든의 ‘대북 협상’ 제의 취임사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화답이 나오면 좋겠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때까지 남은 50여일은 문재인 정부에 너무나 중요한 시간이다. 외교안보 라인을 정비하는 한편 바이든 행정부의 북핵 접근법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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