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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기사/경향신문 사설

[사설] “하루만 일하고 싶다”며 부산서 400㎞를 걸어온 김진숙(210206)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복직을 위한 ‘희망뚜벅이’ 행진이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김 위원은 60세 정년을 하루 앞둔 지난해 12월30일 부산에서 청와대를 향해 첫걸음을 내디뎠다. 32일째인 5일 안양까지 400여㎞를 걸어온 그는 7일 목적지에 도착한다. 각계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그의 복직 투쟁은 35년간 그랬던 것처럼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김 위원의 복직 투쟁은 눈물겹다. 1981년 대한조선공사(한진중공업 전신)에 첫 여성 용접공으로 입사했지만 1986년 노조 활동과 인사이동 불응을 이유로 해고됐다. 35년을 해고노동자로 사는 동안 대공분실에 세 번이나 끌려갔고, 징역살이도 두 번이나 하는 고초를 겪었다. 2009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돼 복직의 길이 열렸지만 회사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를 반대하며 김 위원이 벌인 ‘309일 고공농성’이 희망버스와 노사합의를 이끌었지만 그의 복직만 미뤄졌다. 2018년엔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정년을 앞둔 지난해 부산시의회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복직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그는 세밑 칼바람 속에서 희망뚜벅이 행진을 시작했다. 그의 복직을 바라는 시민단체가 국무총리, 여당 대표, 국가인권위원장, 국회의장을 면담했지만 뾰족수는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보다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길 바란다.

 

사측의 태도도 문제다. 형평성, 노사합의, 업무상 배임 등을 이유로 복직에는 난색을 표하며 ‘재입사 후 명예퇴직’과 위로금 지급(8000만원)을 제시했지만 김 위원이 재입사는 복직에 대한 책임 회피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주채권사인 산업은행도 김 위원 복직에 대해선 책임이 없다고 발을 빼고 있다.

 

평생 노동권 확대에 투신해 온 김 위원은 이 땅의 해고노동자의 산증인이다. 한 노동자의 복직 희망이 어떻게 귀결되는지에 따라 정부의 노동 존중 가치도 시험대에 설 수밖에 없다. 국가인권위는 지난 4일 “김 위원은 국가폭력의 희생자”라며 “김진숙의 복직은 종래의 노사관계 문제를 넘어 국가폭력이 야기한 과거 청산의 관점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당해고의 진실을 바로잡는 데 시효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김 위원의 복직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하루 들어가서 밥 한끼 먹고 내 발로 걸어나오고 싶다”는 바람을 들어주는 게 그리 어려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