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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기사/경향신문 사설

[사설] 사법 독립 완수하겠다며 거듭 사과한 김명수 대법원장(210220)

김명수 대법원장이 초유의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탄핵소추와 그 과정에서 빚어진 거짓 해명 논란에 대해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김 대법원장은 19일 법원 내부통신망에 ‘국민과 법원 가족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올리고 “현직 법관이 탄핵소추된 일에 안타깝고 무거운 마음을 금할 수 없고 국민들께 송구하다”고 밝혔다. 그는 거짓 해명 논란에 대해서도 “여러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저의 부주의한 답변으로 큰 실망과 걱정을 끼쳐드린 점에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두 사안이 터진 지난 4일에 이어 두 번째 공개 사과를 한 것이다.

대법원장의 거듭된 사과는 임 부장판사와의 탄핵 공방이 야기한 사법부 위기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그 위기는 지난해 5월 정치권 탄핵 논의 등을 언급하며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했음에도 그런 얘기를 한 적 없다고 거짓말한 김 대법원장이 자초했다. 대법원장의 거짓 해명은 ‘정권 눈치보기’라고 비판받고, 보수야당과 법조계에서 사퇴 요구까지 이어지면서 사법부 수장으로서의 리더십도 큰 상처를 입었다. 대법원장 면담 내용을 몰래 녹음하고 녹취자료를 공개한 임 부장판사의 행위도 지탄받으면서 사법부 전체가 국민들로부터 손가락질받는 난파선이 됐다.

 

김 대법원장은 당시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은 데 대해 관련법 규정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한 판단이고, 정치적 고려는 없었다고 밝혔다. 헌법상의 책무를 다하겠다며 사퇴할 뜻은 없음을 내비쳤다. 사법부의 신뢰 추락을 감안할 때 김 대법원장의 사실관계 소명이나 사과는 공식적인 법원 회의에서 보다 충분히 책임있게 이어져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법관의 독립을 침해해 국회에서 탄핵소추한 임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이달 말 임기 만료와 관계없이 엄중한 법의 판단을 내리기 바란다.

 

김 대법원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정한 심리를 통한 좋은 재판과 사법부와 재판의 독립 수호를 대법원장의 책무로 삼아 신뢰 회복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법부의 독립은 법원 밖은 물론 내부로부터도 법관의 독립이 이뤄질 때 완성된다. 김 대법원장 스스로 무너뜨린 리더십과 사법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사법 독립과 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제는 백마디 사과와 다짐보다 구체적인 실천과 결과로 답할 때가 됐다. 대법원장직을 걸고서라도 사과문 속의 약속은 반드시 완수하기 바란다.